[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출시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아자동차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산 중형 SUV 중 최고의 선택지다. 몇 가지 단점도 확실하지만 말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해 2월 친환경자동차 세제 혜택에 부합하지 못하는 공인 연비로 사전계약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사전계약자 1만3천여명은 세제혜택에 준하는 보상을 받아 차량을 출고 받았다. 연비를 보강해 새롭게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지난 7월 그대로 출시됐다. 최상위 트림 그래비티를 추가한 것 외에 변화가 없다. 단 기간에 연비 상승은 무리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세제혜택을 받지 않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일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참고로 저공해자동차 2종 혜택은 받을 수 있다)
디자인은 디젤 모델과 비교해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휠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레터링 정도만 다를 뿐이다. 쏘렌토는 4세대로 진화하면서 전장과 휠베이스를 각각 10mm, 35mm씩 늘렸다. 전폭 역시 10mm 넓어진 1900mm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외관에선 기아차 최신 디자인 요소를 모두 찾을 수 있다. 아래 방향으로 꺾인 주간주행등은 확실한 존재감을 뽐낸다. 호랑이코 그릴은 크기를 키워 헤드램프와 수평하게 나열했다. 범퍼 하단은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장식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일 수 있겠다.
측면 포인트는 C필러에 위치한 삼각형 장식이다. 시트로엥 모델이 연상된다. 디자인을 참고했는지 알 순 없지만 저 위치에 크롬 장식은 빼도 될 듯하다. 19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다. 연료효율과는 거리가 먼 세팅이다.
테일램프는 세로로 배치했다. 북미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가 연상된다. ‘SORENTO’ 레터링을 길게 배치 한 것까지 말끔하다. 다만, 범퍼 하단에 머플러 장식은 뜬금없다. 최근 친환경차는 머플러를 숨기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쏘렌토의 페이크 머플러는 다소 동떨어진다. 친환경이 세일즈 포인트인 하이브리드와는 거리가 멀다.
하이브리드 전용인 네이비 그레이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급스럽다. 화사함까지 느껴진다. 실내에는 새로운 장비를 대거 채택했다. 12.3인치 계기반,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기아차가 최근 많이 사용하는 다이얼 방식 기어 노브까지 달았다. 계기반은 총 네 가지 테마를 제공한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기상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옷을 바꿔 입는다.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기아차의 최신 UI가 적용되어 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외에 단점은 없다. 다양한 편의장비로 가득 채워져 있다. 기아페이, 빌트인캠, 자연의 소리, 후석 대화 모드, 서라운드 뷰, 후석 취침 모드 등 원하는 장비는 모두 들어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자리한 공조기 조작부는 갑자기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20세기 감성이 느껴진다. 구성만 올드할 뿐 터치 방식을 지원한다. 송풍구 디자인은 독특하다. 상하로 분리되어 있다. 아래쪽에 위치한 송풍구는 좌우로만 움직이고 별도로 닫을 수 없다. 장시간 에어컨을 틀고 있으면 바람이 무릎으로 향한다. 무릎이 시리다.
토글 방식으로 조절되는 열선과 통풍 시트는 사용하기 편리하다. 직관적이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 노브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꽤나 편하다. 센터 콘솔 주변은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 범벅이다. 고급스러움을 더할 수는 있겠으나 너무 과하다. 지문이 많이 남는다.
백미는 단연 넉넉한 공간이다. 시승 모델은 가장 인기 있는 5인승이다. 3열은 없다. 이전에 쏘렌토 3열을 경험해 본 것에 비추어보면 3열이 꼭 필요하다면 현대 팰리세이드나 기아 카니발을 선택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쏘렌토 3열엔 어린아이만 간신히 앉을 수 있는 수준이다. 5인승 모델을 선택해 수납 공간을 넉넉히 사용하는게 합리적이다.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는 45mm 늘어났다. 덕분에 승객을 위한 2열이 넉넉하다. 2열은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모두 지원한다. 적재 공간과 승객석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2열을 위한 편의장비로는 3개의 충전포트다. USB 충전 포트와 12V 파워아울렛, 220V 파워 아울렛이 각각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2열에 위치한 컵홀더가 무려 4개다. 좌우 도어에 각각 하나씩 위치한 컵홀더와 암레스트 컵홀더 두 개까지 총 네 개다. 이 외에 열선 시트와 수동식 측면 블라인드도 꼭 필요한 기능이다.온도 조절은 안되지만 별도의 송풍구도 있다. 광활한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도 매력이다. 2열에 앉아서도 개방감이 상당하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에는 1.6L 가솔린 터보와 6단 자동변속기가 오른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한다. 전기모터는 44마력, 26.9kg.m의 힘을 보탠다. 중형 SUV에 1.6L 가솔린 터보가 장착되었다고 해서 동력성능은 기대하지 않았다. 편견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묵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초기 발진 시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살살 달래면 50km/h까지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 빠른 가속을 위해 악셀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엔진이 빠르게 개입한다. 초창기 현대기아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고속에서도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정속 주행을 시작하면 이내 시동을 끄고 전기 모터로만 주행을 한다.파워트레인의 아쉬움은 변속 충격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저속에서 이따금 ‘울컥’하는 충격이 느껴진다.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전기모터 사이의 약간의 미스 매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기아차의 7단 DCT만큼 악명 높은 이질감은 아니지만 초보자라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저속부터 고속 영역까지 실내는 정숙하다. 엔진은 진동이 올라오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전 트림 전면 유리는 이중 접합이다. 시그니처 트림부터 1열에 이중 접합 유리를 적용한다. 고속에서도 실내가 정숙한 이유다.
주행 모드는 총 3가지다. 에코가 기본으로 스포츠,스마트가 있다. 각 모드별 변화는 다이나믹하지 않다. 연료효율은 꽤 매력이다. 300km 이상을 주행하는 동안 연비는 16km/L가 나왔다. 도심, 고속도로를 주행했을 뿐 아니라 촬영을 위해 꽤 장시간 시동을 켜 놓은 것을 감안해도 좋은 수치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한다면 리터당 20km 이상도 쉽게 기록할 수 있다. 제한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연료 효율은 정말 뚝뚝 떨어진다.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면 절대 과속은 금물이다.
승차감은 대체로 부드럽다. 노면 굴곡을 잘 받아낸다. 저속에선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고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높이고 과속 방지턱을 지나면 차체가 좌우로 요동친다. 범프 이후의 리범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한다. 코너를 지날 때 롤도 꽤 있는 편이다. 차체가 좌우로 흔들려 뒷좌석에 앉은 승객의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겠다.
반자율주행 장비는 나무랄 곳이 없다. 기본 모델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전방 차량 출발 알림 포함), 하이빔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이 장착된다. 여기에다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선택하면 전방 충돌방지 보조(사이클리스트/교차로 대항차),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교차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안전 하차 보조 등이 추가된다. 이것만 해도 2단계 수준의 반자율 주행은 충분하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중앙을 따라가는 실력이 믿음직스럽다. 여기에 더해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좀 더 적극적인 반자율 주행 기능이 활성화 된다. 과속 카메라 앞이나 곡선로에서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매력 만점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 5인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차박이나 캠핑과 같은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높은 연료 효율은 디젤 SUV의 종말을 예고한 듯 하다. 정숙한 실내, 부드러운 승차감, 풍부한 편의 안전장비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단 고속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정말 연비가 나빠진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국산차 중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의 상품성이 확실하다.
한 줄 평
장점 : 디젤과는 완전히 다른 NVH, 살살 달래면 20km 이상 연비도 가능
단점 : 왜 디젤보다 200만원 비쌀까…6단변속기 충격은 멍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