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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잠깐만요”… KCA·우주청 깜짝 발언, 생중계가 만든 이례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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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5.12.12 20:58:27

[2026 대통령 업무보고] 사상 첫 생중계
희토류 재활용·인터넷 라디오 통합 제안에 웃음
연구현장 방문 요청·‘우주항공 특사 지드래곤’까지 등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우주항공청 등에 대한 2026년 주요 업무보고를 역대 최초로 생중계로 받으면서, 산하기관장들의 즉석 발언과 현장 요청이 잇따르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준비된 원고 중심의 보고 대신, 손을 들고 마이크를 잡는 모습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먼저 분위기를 바꾼 것은 이상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이었다. 이 원장은 돌연 발언 시간을 요청했고, 이 장면은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즉석 발언이 이어지자 회의장의 온도도 한층 높아졌다.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주요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장인 이상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이 돌연 발언시간을 요청해 정책을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KCA 업무를 살펴보며 “방송통신도 함께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기관 소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과거 전파·통신 기능이 과학기술 부처에 함께 있었던 구조와 달리, 현재는 방송과 통신이 분리돼 있어 KCA의 역할이 중간에 걸쳐 보인다는 취지였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의 관계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이상훈 원장은 KCA의 역할을 직접 설명했다. KCA는 전파 관리를 목적으로 출범한 조직으로, 현재 민간 이동통신 기지국을 중심으로 약 220만 개 통신국을 조사·관리하고 있으며, 혼신이나 잡음 없는 안정적인 전파 환경 유지가 핵심 임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방송통신 업무 일부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이관되면서, 방송 콘텐츠 제작과 해외 진출 지원도 새롭게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필요해서 이쪽(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이 맞다는 말이냐”고 정리하자, 이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시간을 주시면 두 가지만 건의하겠다”며 본격적인 현장 제안에 들어갔다.

첫 번째 건의는 희토류 자원 문제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희토류 빈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통신 장비와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는 국가 지정 핵심 광물이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기준 통신 3사의 153개 데이터센터에서 배출된 핵심 광물이 4300톤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대통령이 “재활용하면 된다는 말이냐”고 묻자, 이 원장은 현재는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며 관련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두 번째는 라디오 산업이었다. 이 원장은 국내 라디오가 레거시 미디어로 분류되며 사실상 사양 산업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방송사가 각각 앱을 운영하는 방식은 효과와 지속성이 떨어진다며, 인터넷 라디오 기반의 단일 통합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현재 약 2400억원 규모의 국내 라디오 시장을 5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 발언을 들은 이 대통령은 웃으며 “그냥 여기(과기정통부)놔둬야겠네요”라고 말했고, 회의장에는 웃음이 퍼졌다. 이 장면 역시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상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의 건의사항을 들은 뒤 큰 웃음을 짓고 있다.
이날 현장 요청은 KCA에 그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연구현장 방문을 요청하며, 연구자들에게는 대통령의 직접 방문이 가장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도 마이크를 잡았다.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은 누리호 반복 발사 언급에 감사를 표하며, 사천의 우주항공청이나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어 최근 APEC 행사에서 활동한 지드래곤이 우주항공 홍보대사로 참여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 방문 시 위촉이나 임명장 수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은 웃으며 “저한테 지드래곤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겠다고 유인하는 거예요. 지금 가야 되겠는데”라고 응답했다. 회의 말미에 나온 이 발언 역시 생중계를 타고 전해지며 이날 업무보고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준비된 보고서보다 즉석 발언과 현장 제안이 더 주목받은 이번 첫 생중계 업무보고는, 과학기술·우주 정책 논의가 문서가 아닌 사람과 현장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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