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석유공룡 '투톱' 제재…"중국·인도 구매에도 직격"

방성훈 기자I 2025.10.23 16:37:24

로스네프트·루크코일 제재로 공급 차질 우려
11월 21일까지 제재 기업들과 거래 중단해야
최대 고객 中·인도는 물론 亞시장도 영향 불가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두 곳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을 제재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모스크바 본사. (사진=AFP)


2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러시아는 하루평균 4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출하며, 로스네프트와 루크코일은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원유 수출 대금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는 2022년 서방의 60달러 가격상한제 시행 이후 대부분이 중국과 인도를 향했다. 반다 인사이츠(Vanda Insights)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하루평균 200만 배럴, 인도는 160만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수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재무부는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며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 또는 자산이 동결된다.

미 재무부는 로스네프트·루크오일과 거래하고 있던 모든 거래 주체들, 즉 이 두 회사와 기존 계약·거래 관계가 있는 전 세계 에너지기업, 정유사, 무역회사, 해운·보험사 등은 11월 21일까지 모든 거래를 종료하거나 취소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러시아산 원유 1·2위 구매자인 중국과 인도 역시 공급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케이플러의 쉬무위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재는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의 구조를 뒤흔드는 중대한 조치”라며 “인도와 중국 정유사들이 단기적으로 구매를 축소하거나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도의 국영 정유사인 인디언 오일, 바라트 페트롤리엄, 힌두스탄 페트롤리엄은 물론, 민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와 ONGC도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위치한 나야라 에너지 정유소의 경우 로스네프트가 지분 49%를 보유해 정제제품 수출까지 막힐 우려가 크다.

앞서 인도는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지속하겠다고 고집하다 50% 관세를 부과받았다. 인도의 전체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6%가 넘는다.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이번 제재를 적극 할용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인다면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관세 인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국영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로스네프트와의 파이프라인 공급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상 운송 물량은 대부분 단기 스팟 거래 형태라 일부 취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파이프라인 공급은 정부 간 협약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되진 않겠지만, 해상 수출은 제재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제재 후폭풍은 금융 시스템까지 퍼질 조짐이다. 두 제재 기업과 거래하는 제3국 은행이나 무역상, 해운사에도 세컨더리 제재가 적용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기업들은 달러화 결제망에서 배제되거나 서방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위험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차단’을 제재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아시아 시장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러시아산 원유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산 원유와 미국산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비(非)제재 공급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발표 직후 간밤 브렌트유 가격은 약 5% 급등해 배럴당 64.9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3.9% 뛰었다.

반다 인사이츠의 반다나 하리는 “이번 제재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 ‘종이호랑이’로 보이는 것을 피하려면 실제 집행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단 한 번의 전화통화로도 상황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며 명백한 맹점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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