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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평화협상 진전에도…민간지역 폭격 퍼붓는 러시아

김혜미 기자I 2022.03.17 18:27:59

러-우크라, 16일 중립국화 등 논의…"진전있다"
ICJ "러 군사작전 멈춰라"…러 "우리는 잘못없어"
우크라 "러, 시간벌기 수작일수도…압박 높여야"

[이데일리 김혜미 방성훈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평화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17일(현지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및 군대규모 제한 선언을 전제로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안을 논의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방 각국의 경제 제재에 이어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이 민간인 대피를 위해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도 여전히 속시원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 의회에서 화상연설하는 모습. 사진 AFP
◇러시아·우크라이나, 4차 협상 사흘째 되어서야 제안 전면 검토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4차 평화협상 사흘째를 맞은 지난 16일(현지시간)에 처음으로 제안된 내용을 전면 논의하기 시작했다. 15개항으로 구성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미국, 영국, 터키 등 해외 동맹국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대가로 해외 군기지나 무기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 같은 방식의 중립국 형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나토에는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 측 평화협상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평화협상이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키는 형태가 돼야 하며 명확히 규정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립국 지위와 관련해서도 다른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크라이나 모델이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국제사법재판소 “러시아, 군사작전 즉각 멈춰라”

전쟁을 멈추기 위한 서방국가들의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규정했고, 우크라이나에 8억달러(한화 약 9900억원) 규모 대공무기와 군사장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엔(UN)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군사작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러시아는 공세를 이어가며 꿈쩍 않는 모습이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 지역과 다른 도시들에 출현한 것은 점령 의도를 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잘못이 아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중립국 지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군사 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FP
실제로 러시아는 이날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범’ 규정 이후 공격 수위는 되레 더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던 드라마 극장을 공습해 무너졌고, 우크라이나 북부 체리니히우에서는 빵을 얻으려고 줄을 서있던 시민 10명이 러시아군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대통령궁에서 불과 2마일(약 3.2㎞) 떨어진 주택가를 포함해 시내와 주변 지역에 대한 폭격이 지속됐다. 지역 관계당국은 희생자를 포함한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추산하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 우크라이나는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내용을 적극 공개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다른 의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한 평화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혹여 군대를 재편성하고 공세를 재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계자는 “이는 속임수와 환상일 수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국경 병력 증강 등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7일에도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내 우크라이나인들을 대상으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젤렌스키 만난 트럼프 "전쟁 끝낼 것… 공정한 합의 원해" - 미국, 우크라에 5천억원 추가 지원…바이든 "재건 자원 제공" - "러시아, 中서 우크라전 투입할 장거리 드론 비밀리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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