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스토리지 전문업체 씨게이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양사가 힘을 합칠 경우 삼성전자(005930) 및 웨스턴디지털과 더불어 SSD 시장 내 3대 업체로 등극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씨게이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이른 시일 내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비율은 SK하이닉스가 51%, 씨게이트가 49%를 보유하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중장기 낸드플래시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당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으나 업계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은 최근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SSD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스토리지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과 서버 시장 강세로 인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에서 월등한 성능의 SSD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SSD 제품은 출시 초기만 해도 높은 가격으로 부담이 컸지만, 최근에는 제조사들의 꾸준한 원가 절감 노력으로 HDD와의 가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경우 데이터 스토리지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HDD보다는 엔터프라이즈 SSD 채택을 늘리는 추세다.
SK하이닉스와 씨게이트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컨트롤러와 펌웨어 등 스토리지 분야 솔루션 개발 역량과 씨게이트의 유통망을 확보하게 되고, 씨게이트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합작법인은 특히 엔터프라이즈 SSD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엔터클라이언트 SSD는 주로 서버 등에 사용되며 클라이언트 SSD는 PC와 노트북에 사용된다. 올 3분기 출하량을 기준으로 전세계 SSD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클라이언트 SSD 시장에서 33%로 1위, 인텔이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에서 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웨스턴디지털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 클라이언트 SSD 시장점유율을 두번째로 높은 12%로 확대했으며 엔터프라이즈 SSD는 10%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별도로 클라이언트 SSD 생산을 계속하고, 씨게이트는 클라이언트 SSD용 낸드플래시 재고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SSD 경쟁사들의 시장점유율 축소는 물론이고 씨게이트 주요 낸드 플래시 공급사인 마이크론의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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