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조롱하려고 본다"…너무 못 만들어 초대박 난 中 애니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성훈 기자I 2026.08.19 16:51:49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개봉 9일간 관객 236명·매출 150만원 그쳤지만
'최악' 혹평 입소문타며 너도나도 "일단 보자"
누적 매출 42억원 돌파…박스오피스 5위까지
"웃고 싶어 관람"…AI 시대 '진심 손맛'에 호평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보면 80분을 후회하고, 안 보면 평생을 후회한다.”

중국에서 저예산 애니메이션 한 편이 조롱을 발판 삼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너무 못 만들었다는 혹평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오히려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어서다.

중국 애니메이션 '뉴라이'의 한 장면. (사진=펑황망 캡처)
중국 애니메이션 '뉴라이'의 한 장면. (사진=펑황망 캡처)
블룸버그통신은 19일 86분짜리 중국 애니메이션 ‘뉴라이’(牛來·소가 온다)가 전날 일일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누적 매출은 2000만위안(약 42억원)을 넘어섰고, 최종 1억 3500만위안(약 283억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이 영화는 지난 5일 개봉했지만 첫 9일간 매출이 7169위안(약 150만원)에 그쳤다. 관객은 236명, 하루 최저 매출은 188위안(약 3만 9000원)이었다. 상영관도 거의 잡히지 않아 조용히 내려갈 판이었다.

내용은 갓 태어난 송아지 뉴라이가 어머니 곁에서 우정과 신뢰, 책임과 희생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여정은 결국 꿈으로 밝혀지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소개해주는 것으로 끝난다.

반전은 관객들이 조악한 화면을 소셜미디어(SNS)에 퍼 나르면서 시작됐다. 거친 3차원(3D) 모델링과 뻣뻣한 동작, 앞뒤가 안 맞는 대사가 웃음거리가 됐다. “2026년인데 왜 이런 원시적인 질감을 고수하느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심지어 이런 작품이 어떻게 극장 개봉 심의를 통과했느냐며 자금 세탁이나 정부 보조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며칠 뒤 조롱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얼마나 못 만들었는지 보고 싶다”며 표를 사는 사람이 늘었다. 상영 횟수는 16회에서 2322회로 뛰었고,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개 가운데 8개가 이 영화 관련어로 채워졌다. 홍보 예산이 없어 공식 포스터조차 부족하자 일부 극장은 직원들이 손으로 그린 포스터를 급히 내걸었다. 한 관객은 “1시간을 보고 1시간을 웃었다”고 적었다.

베이징 도심의 한 상영관은 이날 오후 만석이었다. 엉망인 걸 각오하고 있었기에 관객들은 오히려 즐거워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줄거리가 황당하다는 조롱도 많았지만, 한 16세 소년 관객은 “온라인 글을 보고 일부러 웃으러 왔다. 정말 유쾌하다”고 말했다.

제작 뒷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인기는 더 커졌다. 조경을 전공한 신위멍(34) 감독은 5년 전 국유기업에 다니는 어머니 쑨리팡과 함께 이 작품을 시작했다. 관련 자격도 경력도 없던 두 사람은 애니메이션 기술부터 각본, 성우 연기까지 독학으로 익혔다. 어머니는 각본과 엔딩 주제가까지 직접 썼다.

제작사인 다롄 징위안문화영시전매는 등록자본금이 10만위안(약 2095만원)에 불과하고 4대보험 가입자가 1명뿐인 초소형 업체다. 2021년 7월까지는 실내장식 공사업체였다가 영화 제작으로 업종을 바꿨다. 관련 사실이 전해진 뒤 “AI가 판치는 시대에 손으로 주물러 만든 진심”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엉뚱한 곳으로도 불이 옮겨붙었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영화 제목을 강세장이 온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표범 캐릭터 ‘바오라’의 이름이 ‘폭등’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실제로 이름에 소 우(牛)자가 들어간 종목으로 돈이 몰리면서 허베이진뉴화학과 뤄뉴산 주가가 이번 주 각각 21%, 26%까지 뛰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의 한 이용자는 이 작품을 변기를 조각이라 부른 개념미술가 마르셀 뒤샹에 빗대며 “뉴라이는 현대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미학적 배반”이라며 “그 조악함은 타협이 아니라 대중 취향의 뒤샹적 순간”이라고 적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