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단둥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경계'의 의미

김은비 기자I 2021.03.17 18:14:40

문화역서울284 ''보더리스 사이트''
작가 18명의 작품 26점 선봬
"심리적 경계를 낮추는 경험하길"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중국 단둥 지역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맞닿아있다. 오랜 시간 국경을 넘나들며 교류한 두 지역은 쌍둥이처럼 닮았으면서도, 접경지역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경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특히 외부인들의 통행이 엄격히 제한된 이 지역에서의 경계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또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윤, ‘탈출 판타지아’, 2021, 3채널 영상, 사운드, 54분, 시트지에 프린트(사진=문화역서울284)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17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시 ‘보더리스 사이트’에서는 신의주·단둥 접경지역의 풍경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해 ‘경계’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전시에는 서현석, 신제현, 이원호, 전소정 등 작가 18명의 작품 26점이 전시된다. 2019년 직접 이 지역에 방문했던 작가들은 접경지역이 오랫동안 품고 있는 특징이나 불연속적이고 혼종된 시간성을 회화, 조각, 음악, 건축, 퍼포먼스 등으로 표현했다.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 기획을 맡은 박성태 예술감독은 “코로나19로 국가간의 경계가 강화된 뉴노멀 시대를 맞이해 경계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관람자들로 하여금 경계의 의미와 심리적 경계를 낮추는 경험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임동우, ‘복수 간판’, 2021, 플렉스 돌출 간판(사진=문화역서울284)
신제현 작가는 ‘회전하는 경계’로 경계에 대한 허상과 실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작품은 2019년 건설당시 ‘태양 호텔’로 불렸던 신의주의 원형 건물을 재현했다. 당시 호텔은 이데올로기를 형상화한 과시용 건축물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건물이 호텔이 아닌 거주용 아파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신 작가는 “접경 지역을 둘러싼 불투명한 시선과, 경계 너머의 상대방을 쉽게 낙인찍고 타자화하는 태도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확인할 수 없는 요동치는 풍경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작품에 담아 접경지역의 삶을 생생히 전하기도 한다. 최윤 작가의 54분짜리 영상인 ‘탈출 판타지아’에서는 탈북민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치열하고 생생한 이들의 목소리는 경계 지역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전시 기간에 진행되는 서현석, 김 황, 김보용 작가의 퍼포먼스는 경계지역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우리 삶 안에서 비춰볼 수도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밖에도 각 작가들은 단둥에서 직접 느낀 심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임동우의 ‘복수 간판’은 경계 도시 단둥의 특징을 간판으로 가시화했다. 코우너스는 ‘즐거운 여행하세요’로 관람객을 북한 관광 여행자로 상상해 여행 필수품인 휴대용 티슈를 증정한다. 라오미는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를 통해 근대 문화의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도시 단둥에서 읽은 제국주의적 욕망과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펼쳐냈다

전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관람객을 위한 온라인 전시도 함께 마련됐다. 박 예술감독은 “전시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가졌던 경계의 의미가 단절이 아닌 연결의 의미로 확장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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