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9일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 유가족 인사말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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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기온이 7도에 머물고 행사 전 비까지 내렸지만, 참석자들은 핫팩을 흔들거나 패딩을 여미며 자리를 지켰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유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인사를 나눴다. 오전 10시 29분 희생자 160명을 기리는 묵념으로 기억식이 시작됐고, 추모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즐거웠어야 될 가을밤이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바뀌었던 그날, 국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하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밝혀진 진실이 재발 방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2차 가해 혐의 피의자가 유가족을 ‘가짜 유가족’이라고 매도한 일을 언급하며 “이런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조위에 “어떠한 성역도 두지 않고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부하고, 정부 각 부처에 적극적이고 투명한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을 대표해 추모사를 한 프랑스 희생자 리마무 게네고 씨의 아버지 파스칼 게네고 씨는 “아들은 한국을 사랑했고, 이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꿨다”며 “그러나 이태원 참사로 아들의 미래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의 모든 진실이 진지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절차를 통해 밝혀지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아들을 죽음의 경위만으로 기억하지 말아 달라고도 당부했다. 발언 도중 목이 메어 말을 멈추고 눈물을 참는 모습도 보였다.
기억의 글을 낭독한 소설가 정보라 씨는 녹사평역 광장 분향소의 영정 사진마다 놓였던 핫팩을 떠올리며 “사랑이란 저렇게 간절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함께 낭독한 공동 약속문은 “온전한 진실의 답을 들을 때까지 끈질기게 묻고 또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약속문은 10만 명이 넘는 인파를 예상하고도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 등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들도 추모의 뜻을 보탰다. 김모 씨(25)는 참사 이후 추모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데 “부채감이 있었다”며 “늦었지만 함께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나섰다는 나모 씨(52)는 “유가족만이 피해자가 아니”라며 “‘그날 수고 많으셨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다”고 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진상조사를 시작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 특조위)는 당초 지난 9월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진상 규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내년 9월 16일까지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경찰도 10월 1일부터 12명 규모 특별수사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는 관계 부처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민관 재난원인조사단을 꾸려 지난달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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