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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1700만명에 달하는 농협 준조합원의 비과세 혜택을 내년부터 단계적 축소키로 한 가운데 국회 내에서 이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축소 시기를 3년 이상 연장할 가능성이 커진 모습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최근 ‘2019년도 총수입 예산안 분석’ 자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농협 준조합원 등에 대한) 비과세 특례를 축소할 필요성은 인정되나 농어민에 대한 지원 축소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농림어업 종사자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지금까지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의 조합원(회원)과 준조합원의 예탁금 3000만원과 출자금 1000만원까지의 이자소득에 대해 14%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아 왔다. 한시적 혜택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1995년 일몰제 도입 이후 20년 넘게 이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유지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 제도가 농·어민 지원이란 취지에서 벗어나 고소득층에 대한 저축지원 성격으로 변질됐다며 준조합원에 대해선 내년에 5%, 내후년부터는 9%의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조합원에 대한 면세 혜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3년 더 연장한다.
실제 농협 조합원 숫자는 221만6000명이지만 농·어업과 거리가 먼 준조합원 숫자는 이보다 8배 이상 많은 1735만2000명이다. 일반인도 1만원의 출자금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어 비과세 통장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협과 산림조합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278만명 대 1904만9000명으로 커진다. 이들 조합의 비과세 예탁금 중 준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82%(59조원 중 49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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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수협 자체가 농어민과 서민을 주 고객으로 하는데다 수익금 역시 농어업인 지원을 위해 사용되는 만큼 농·수협의 수입 감소가 결국 이들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효과가 되리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정처는 “상호금융기관 내 준조합원의 비과세 예탁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조합 자금 유임 감소에 따른 농어민 지원 축소 우려도 있는 만큼 이들 기관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한 규제 완화 등 연착륙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내에서도 비조합원을 포함해 비과세 혜택 일몰기한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다수다. 박주현 의원은 당장 내년부터 조합원까지 혜택을 축소하자는 개정법안을 내놨지만 다른 대부분 의원은 비조합원을 포함한 혜택을 3~10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이 곧 유권자인 만큼 지역구 국회의원이 혜택 축소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정부 내에서의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올 8월 취임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 준조합원 혜택을 폐지하더라도 조세 회피 효과보다는 신용조합이나 새마을금고로 갈아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며 변경 여지를 남겼다.
한편 예정처는 정부안대로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를 진행된다면 내년 약 440억원, 2023년 2866억원 등 앞으로 5년 동안 총 6835억원, 연평균 1367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정부의 예상(6797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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