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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접고 드론으로' 전략 바꾼 푸틴…러 항공산업 '나홀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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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6.02 15:22:29

러 항공기 생산 4월 117%↑…드론 수요가 견인
올해 FPV 드론 730만대 계획…하루 2만대꼴
2일 새벽 미사일·드론 공습에 키이우 등 사상자 속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드론전’으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항공기 산업이 ‘나홀로’ 폭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수년간 거침없이 팽창하던 러시아의 군수산업이 곳곳에서 동력을 잃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인 군용기와 드론을 아우르는 항공기 산업의 지난 4월 생산량은 1년 전보다 117% 급증했다. 지난해 연평균 증가율(6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올해 1~4월 누적 생산량도 78% 늘었다. 수천대에 달하는 드론 수요가 끝없이 쏟아진 결과다.

반면 방위산업 전반은 동력을 잃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 추정에 따르면 올해 1~4월 방산 관련 산업 전체 생산이 16%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민간 부문 생산은 3% 가까이 줄었다. 심각한 인력 부족과 경제난, 국가 재정 긴축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처음으로 국방 예산을 삭감했고, 중장비·탄약·미사일 부품을 만드는 산업의 성장률 전망치도 최근 수년간의 약 30%에서 4~5%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탱크와 장갑차 등 재래식 무기가 생산과 효율 모두 한계에 다다른 것이 배경이다.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1인칭시점(FPV) 드론을 비롯한 무인 체계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산업이 여전히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역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가 새로운 경제·군사 현실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중반 무인 체계 전담 부대 창설을 지시하며 드론 증산에 속도를 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해 결산에서 과거엔 우크라이나가 드론 운용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는 러시아가 전세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생산 규모는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024년 드론 140만대를 생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FPV 드론 730만대와 각종 드론용 탄두 780만개를 만들 계획이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지난달 인용한 이 수치는 하루 약 2만대의 FPV 드론 생산을 의미한다. 약 1200㎞에 달하는 전선 전체로 보면 하루 1㎞당 러시아 드론 17대가 투입되는 셈이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이 가해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소방관이 자동차 판매점에 난 불을 끄고 있다. (사진=AFP)
드론 체계로의 전환은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제약을 비켜간다는 진단이다. 생산 비용이 훨씬 싸고, 인력난 속에서도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기 쉽고, 지하실·차고에서 수백대를 조립하는 단계부터 국가 계약을 통한 수만대 대량 생산까지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어서다.

이에 비해 전장에서 드론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더글러스 배리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FPV 드론은 이제 지상전을 지배하는 요소가 됐다”며 “장거리 드론은 러시아가 훨씬 적은 순항미사일 재고를 보완하고 우크라이나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공세를 지속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벨로우소프 장관도 우크라이나 측 손실의 절반가량이 드론 공격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우크라이나는 드론 약 600대와 미사일 90발이 동원된,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 중 하나를 겪었다. 이런 공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새벽에도 러시아가 미사일 73발과 드론 656대를 동원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 최소 10명 이상이 숨지고 100명 넘게 다쳤다. 키이우에서는 아파트가 부분 붕괴하면서 주민들이 잔해에 갇힌 것으로 우려됐다.

우크라이나가 초기 기술 혁신을 주도하면 러시아가 이를 모방해 대량생산으로 따라잡는 양상도 반복되고 있다.

러시아 드론 제조사 우랄드론자보트의 블라디미르 트카추크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차 한 대가 접근하는 드론 10대를 격추하는 법을 익히면, 누군가는 20대를 띄우는 군집 알고리즘을 설계할 것”이라며 “이는 끝없는 경쟁이 될 것이고, 이제 드론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경제에서나 전장에서나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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