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한 연기에 코리아패싱 논란…강경화 "쿼드 발언 잘못 해석"

정다슬 기자I 2020.10.07 17:20:44

"新애치슨 라인 그어질 수 있어"…"한미동맹 굳건"
''외교부 패싱'' 논란에 "NSC에 문제제기"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이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 등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박진 국민의힘 의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패싱당한다는 보도는 제가 본 적이 없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당초 이날 방문하기로 했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되면서다. 공식적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따라 내각 장관 서열 1위인 폼페이오 장관이 해외에 나와있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강 장관에게도 취소 다음날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다시 대면 날짜를 잡기로 했다. 그러나 6일 일본에서 열린 미국·호주·인도·일본 이른바 ‘쿼드’(QUAD) 외교장관회의는 예정대로 참석하면서 미국 외교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미국 비영리재단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세미나에서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쿼드 가입 의사를 묻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불만을 은연 중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강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강경하게 부인했다. 자신이 말한 것은 쿼드 가입 여부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말 그대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특정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어젠다만으로는 부족하고 긍정적인 의제설정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 조율 과정 속에서 나온 생각”이었다며 “(이같은 해석은) 특정 성향을 가진 분들이 해석하고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쿼드가 집단안보체제로 간다는 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라며 “미국도 쿼드플러스(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를 추가로 확대한 것)를 공식적으로 한국에 제안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이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신(新)애치슨라인(Acheson Line)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애치슨라인은 1950년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이 미국의 아시아지역방위선을 한반도를 빼고 일본으로 낮춘 것으로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국 방위선에 빠지며 한반도에 6·25전쟁이 발생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인용된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해서는 꼼꼼히 생각해볼 대목이지만, 동맹의 굳건함은 초당적으로, 조야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방한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왕이 부장이 양해를 구할 정도로) 의견이 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북한이 서해상에서 실종된 우리나라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패싱’ 당했다는 의혹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피살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는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당시 베트남 출장으로 자택에서 연가를 낸 채 근무를 하고 있었던 강 장관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23일 오후에서야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파악했다. 이 시각 유엔총회에서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나오고 있었다.

강 장관은 ‘왜 외교부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시정 요청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직접 문제제기를 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가진 오찬에서 강 장관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오찬은 시간 되는 사람끼리 편하게 하는 것”이라며 “저도 수시로 그런 오찬을 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쿼드 회의에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공동성명 발표는 보류됐다. 이와 관련,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4개국 각자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지는 않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방일 기간 중국의 위협을 지속해서 강조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달리 나머지 3개국 외교장관들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고려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3국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4개국은 회의 주체를 실·국장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연 1회’ 정례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는데는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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