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유통·면세사업, 환경 변화 따른 신용도 차별화 주목

이명철 기자I 2018.10.04 18:02:46

온라인 유통 확대, 대형社 진출 시 적자 감당 여부 관건
면세점 완전경쟁시장 체제 진입…맞춤형 고객 마케팅 필요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유통·면세업체들이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했다. 사업환경이 바뀌고 업체간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응 형태에 따라 신용도 방향성도 차별화를 띨 전망이다. 대형 유통사들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투자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면세점들은 완전 경쟁체제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수익성이 격차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우선 온라인 시장, 출혈 경쟁 불가피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진출은 이제 필수 선택이 됐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의 오프라인 기존점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온라인 매출은 매년 10%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지배적 시장 플레이어는 아직까지 없다. 아마존이 전체 온라인 쇼핑 판매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는 한국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와 11번가 등 상위 7개사 판매액이 전체 51%에 그치고 있다.

높은 매입경쟁력과 자체 콘텐츠 능력, 고객 신뢰도를 확보한 대형 유통사들은 온라인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다만 서비스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가격 중심의 경쟁이 치열한 현재 온라인시장에서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시장은 가격이 가장 강력한 집객요인이어서 매출 확대를 위한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형 유통사의 온라인 시장 진출이 신용도 하락 요건까지는 아니라는 게 한기평 의견이다. 배 연구원은 “수익성만 볼 때 온라인 진출은 신용도 저하 요인이지만 기업 규모와 집객능력, 성장성 유지 측면에 도움이 된다”며 “단기로는 매출을 유지하면서 실적 저하 속도를 늦추고 장기로는 계속영업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류센터 건립 등 소요 비용은 오프라인 투자 축소를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별로 볼 때 신세계그룹은 인프라 확보와 자본 유지 측면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004170)·이마트(139480)의 온라인 채널 영업손익은 2014년 200억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올해 상반기 40억원 흑자를 시현했다. 그는 “2014년 통합 온라인몰과 모바일앱을 론칭하고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도 가장 많이 확보했다”며 “올초에는 온라인 사업부문 출범 계획을 밝히면서 1조원 이상의 외부 자금도 유치했다”고 파악했다.

롯데쇼핑(023530)은 온라인 채널 통합 등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필요한 자원 창출을 위한 기존 백화점 등의 영업실적 저하가 걸림돌로 지목된다. 중국 사업 철수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도 불확실성 요소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자본력이 충분하지만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로 아직 온라인 사업에는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한정된 자본으로 온라인 투자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유통사들의 온라인 진출 시 신용도 점검 요인은 수년간 영업적자 감당 가능과 투자 재원의 효율적 분배 여부다. 배 연구원은 “온라인 사업의 실적 개선 속도와 기존 사업 현금창출력, 자산 조성 능력, 투자 효율성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큰 손’ 떠오른 따이공…면세점 수익성 좌우

면세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4조원으로 전년대비 21% 성장했지만 주요 업체들은 수익성과 재무구조 저하를 겪었다. 송수범 한기평 연구원은 “안정적 매출과 수익이 보장되던 과점시장에서 규모의 경제와 고객 유인력이 중요한 완전경쟁시장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다수 신규사업자 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는 업계 전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는 2014년 6개에서 올해 13개로 증가했다. 다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시내면세점 모객수수료와 공항면세점 최소보장임차료 증가 등 비용 부담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실제 호텔롯데·호텔신라 등 기존사업자의 매출액대비 임차료·지급수수료 비중은 2013년 19.1%에서 지난해 24.4%로 늘었다. 신세계디에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후발사업자 역시 해당 비중이 같은기간 17.1%에서 28.8%로 확대됐다. 면세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5년 6.9%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0.5%로 악화됐다.

주목할 점은 경쟁 심화와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에도 올해 상반기 면세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2%로 개선된 것이다. 유커 대신 따이공(보따리상)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이익 창출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소수 따이공이 기업화되고 고정 대형 여행사를 이용하면서 국내 대형 면세점과 거래 관계가 견고해졌다”며 “시장 구조가 기업간거래(B2B)로 변하면서 빅3(호텔롯데·호텔신라(008770)·신세계디에프) 입장에서는 모객수수료율 하락 등 비용부담 완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면세사업자들은 수익성 저하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분간 따이공 중심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빅3 중심 수익성 개선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중소형사와의 수익성 차별화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송 연구원은 “유커가 회복하더라도 따이공이 위축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명확한 고객군 설정과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여부가 향후 실적과 신용도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