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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전에 돈·시공력 대고 주도권 내주나…손실 분담도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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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8.25 17: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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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P1000 10기 건설 추진…한국 자금·시공 능력 필요
AP1000 적용 땐 한수원 역할 제한…APR은 美 건설 실적 없어
보글 공기 지연·V.C.서머 중단…비용 초과 위험도 변수
지분투자만으론 수주 보장 못해…의결권·국내 일감 명시해야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미국 원전에 한국의 돈과 시공 능력을 대고도 정작 주도권은 내준 채 건설 지연에 따른 손실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와 초과 비용·공기 지연에 따른 책임 분담 원칙을 계약에 못 박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3월 건설이 완료된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 2호기. 바라카 원전사업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총발전용량 5천60㎿)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3월 건설이 완료된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 2호기. 바라카 원전사업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총발전용량 5천60㎿)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연합뉴스)
AP1000 쓰면 한수원 역할 제한

미국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현지 원전 공급망의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이 위축되면서 숙련 인력과 핵심 기자재 공급망, 대규모 사업관리 역량이 약화됐다.

반면 한국은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잇달아 건설하며 설계·조달·시공과 운영 경험을 쌓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국내 건설사, 한전기술 등으로 이어지는 공급망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원전 10기를 조기에 착공하려면 한국의 시공 경험과 기자재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1.1GW급 AP1000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6월 최대 5개 사업에 AP1000 2기씩 총 10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최대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제작 기간이 긴 핵심 기자재를 일괄·선제 구매해 공급망을 재건하고 원전 배치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AP10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았고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에 적용됐다.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 전력회사로서는 새로운 노형보다 인허가와 건설 경험이 있는 AP1000을 반복 적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다.

다만 AP1000을 사용하면 웨스팅하우스가 설계와 원전 공급을 맡고 한국 기업은 시공과 기자재 납품을 담당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국내 건설사에는 일감이 돌아갈 수 있지만 한수원이 주계약자나 공동 사업주로 참여하고 운영지원·정비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확보할지는 불투명하다.

한국형 원전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APR1400은 국내와 UAE에서 건설·운영 실적을 쌓았고 2019년 NRC 설계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미국 내 건설 경험과 현지 공급망은 없다. 설계인증과 별도로 부지별 인허가와 현지 시공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1000MW급 APR1000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공급 노형으로 선정됐지만 아직 완공·운영 실적과 NRC 인증이 없다. 미국 금융기관과 전력회사가 한국형 원전의 현지 초도호기 위험을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美 원전에 돈·시공력 대고 주도권 내주나…손실 분담도 ‘난제’
공기 지연·비용 초과 책임 못 박아야

미국의 최근 원전 건설사업은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를 겪었다. 보글 원전 3·4호기는 완공이 당초 계획보다 수년 늦어졌고 비용도 크게 늘었다. 건설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당시 모회사였던 일본 도시바도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같은 AP1000을 적용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V.C.서머 원전 2·3호기는 약 90억달러를 투입한 뒤 2017년 공사가 중단됐다.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는 보글 원전에서 초도호기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동일 노형을 반복 건설하고 기자재를 일괄 구매하면 비용과 공기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미 에너지부도 원전 배치 일정을 최대 3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숙련 인력과 공급망이 계획대로 복원되고 반복 건설의 비용 절감 효과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대형 원전은 최종 투자 결정부터 상업운전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이 기간 금리와 전력가격, 기자재 가격이 달라지고 시공 일정이 늦어지면 금융비용도 불어난다. 프로젝트 지분을 인수하면 사업 손실과 자금 회수 위험을 부담하고, 고정가격 일괄도급 계약을 맺으면 비용 초과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반면 기자재 공급이나 단순 시공에 그치면 위험은 줄지만 사업 주도권과 수익도 작아진다.

이해 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한국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참여나 양측의 합작법인 설립도 협력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본사 지분을 확보한다고 개별 원전사업의 의사결정권과 수주 물량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별 출자 비율과 의결권, AP1000 건설사업 수주권, 한수원의 운영지원·정비 참여와 국내 기자재 사용 비율까지 계약에 담아야 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사업은 투자 기간이 길고 참여자가 많아 건설 지연에 따른 책임 소재가 중요하다”며 “한국의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사업 참여와 수익 배분 구조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AP1000·APR1400=각각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한 가압경수로다. AP1000은 1100MW급으로 미국 보글 원전 등에, APR1400은 1400MW급으로 국내 원전과 UAE 바라카 원전에 적용됐다. 미국은 대미투자 사업에 AP1000 적용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APR1400 활용과 한수원의 주도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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