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쌍용차는 생존을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KDB산업은행은 쌍용차를 구조조정 필요 기업으로 분류했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기안기금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더 멀어졌다.
산업은행은 28일 기안기금 공식 출범식과 함께 첫 번째 기금운용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 추천 2명과 정부 추천 4명,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1명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기안기금운용심의회의 핵심 역할은 지원기업 선정이다. 산업은행도 내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를 신설해 총 35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최대 관심은 쌍용차가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 여부다.
자동차회사인 쌍용차는 우선 산업은행법 시행령에 지원업종으로 명시된 업종(항공업·해운업)이 아니다. 쌍용차가 기금지원을 받으려면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 요청하면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 금융위원회가 추가 지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고용유지를 돕는다’는 기안기금의 기본 취지에 맞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된 건 기안기금 지원의 명분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안기금은 정상기업이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상황이 나빠진 기업의 고용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자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안기금 대신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직접 쌍용차를 지원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부실해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기안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프로그램을 활용토록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오는 7월 만기 도래할 차입급 900억원에 대해 쌍용차로부터 상환유예 등을 아직 요청받지는 않은 상태다.
이번 조치가 산업은행이 대주주 마힌드라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4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만 지원키로 했다. 단순 채권자에 불과한 산업은행이 사실상 대주주가 발을 뺀 기업에 독자적으로 금융지원을 하기는 어렵다. 산업은행은 쌍용차를 지원하려면 대주주가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 지원을 둘러싼 난제들이 많지만, 마지막 변수는 남아 있다. 기안기금 지원의 기본조건을 총족하지 않더라도 핵심기술 보호나 산업생태계 유지 등 예외사항을 근거로 기안기금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사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후 올해까지 1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협의를 이어가는 등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최종 결정은 기금 운영심의회 위원들이 내리게 된다.
한편, 쌍용차 측은 기안기금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기안기금의 지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