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정부가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 구상인 ‘국민성장펀드’의 윤곽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 업계 관심이 정책자금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총 150조원 이상을 첨단 전략 산업과 관련 생태계에 투입할 계획이다. 유동성 위축과 투자 공백을 동시에 겪어온 시장에서는 이를 내년 투자 환경을 가늠할 변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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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국민성장펀드의 기본 구조를 확정하고 1차 메가 프로젝트 후보군 7건을 제시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각각 75조원씩 자금을 보태 5년간 총 150조원 이상을 조성하는 정책금융 패키지다. 자금은 직접지분투자 15조원, 간접투자(펀드) 35조원, 인프라 투·융자 50조원, 초저리 대출 50조원 등 네 갈래로 나뉘어 집행된다. 이 가운데 약 35조원 규모의 간접투자는 첨단기금과 민간 자금이 공동으로 대형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책자금 대기 심리에는 국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케일업(기업이나 시스템 규모를 급격히 확장) 단계로 진입할수록 투자금 규모는 커지지만, 초기 투자 이후 대규모 후속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는 공백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자본 비용 상승으로 해외 그로스 펀드들의 신규 출자가 위축되면서, 성장 단계 기업을 둘러싼 자금 단절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는 내년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2026년 집행 예정 규모는 30조원 이상으로,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지원에는 연간 10조원 이상이 배정됐다. 산업별로는 인공지능(AI) 분야에 6조원, 반도체 분야에 4조2000억원 등 전략 산업 중심의 자금 배분이 제시됐다. 정책성 펀드 가운데 블라인드 펀드는 3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70%, 프로젝트 펀드는 1조7000억원으로 30%를 차지한다.
자금 배분 과정에서는 지역 비중도 일정 수준 반영된다. 국민성장펀드는 전체 자금의 40% 이상을 비수도권에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5년간 최소 60조원 이상이 지역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정책자금이 수도권과 일부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돼 왔다는 시장의 지적을 반영한 설계다. 금융위는 지역 거점 기업과 첨단 산업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 VC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는 벤처·스케일업 구간의 유동성을 보완하고, 그동안 위축됐던 민간 투자 심리를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동성 확대 자체가 분명한 기회인 만큼, 운용 자율성과 투자 규율을 유지하는 구조 설계와 함께 민간 자본과의 균형 있는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