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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편입 위한 XBRL 공시, 오류 투성이" 회계사 공개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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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석 기자I 2025.10.14 19:29:09

모 회계사, 공개글로 비판
"XBRL 사업보고서 검증 프로그램 돌려보니 오류 많아"
실제 검증 결과 2024년 사업보고서 절반가량이 오류
사업보고서와 XBRL 형식 달라 발생한 문제
금감원 "도입 단계 시행착오, 3분기부턴 오류 없을 것"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일환으로 ‘XBRL’(국제표준 전산언어) 공시 체계를 도입·시행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 공시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국내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비판이 나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XBRL 공시, 첫 단추 잘못”

14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지난 8월 모 회계사가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XBRL 공시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회계사는 “XBRL 재무공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이를 물릴 수는 없다”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숙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공시돼 있는 2024년 말 XBRL 재무공시 사업보고서를 ‘Arelle’(아렐) 프로그램으로 검증했을 때 오류가 나는 보고서들이 많이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 XBRL 작성기의 검증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자체 개발한 편집 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아렐은 국제 XBRL 본부가 공식 인증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누구나 유효성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오류가 났다는 건 XBRL 보고서에 필수로 들어가야 할 정보가 빠졌거나, 표준에 맞지 않는 계정을 사용했거나, 숫자 표기 등 오타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어 “현재는 각 회사가 확장한 택사노미(taxonomy·컴퓨터가 읽을 수 있게 하는 분류체계)가 너무 많아 비교 및 분석을 할 수 없다”면서 “기준 및 지침과 실무 적용의 차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취합해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인회계사회 측은 “회계사 개인의 의견일 뿐 협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 499건 중 절반 오류

공시 품질에 대한 개선 요청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499건의 2024년도 사업보고서를 대상으로 아렐을 통해 XBRL 유효성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약 48%에 해당하는 보고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기계가 읽는 XBRL 보고서를 사람이 읽는 사업보고서 형식에 억지로 맞추다보니 나오는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XBRL 재무제표 작성 가이드에선, 감사보고서와 XBRL 주석 목차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사업보고서 형태에 일치시키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람이 읽는 보고서의 목차·표 순서에 맞춰 XBRL 문서 구조를 일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공시 정보 차이를 줄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표준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났다. 가령 일부 기업들이 표준 택사노미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사업보고서에서 사용하던 목차에 맞춰 확장 택사노미를 쓰면서 불일치가 나오며 수정을 요구받기도 한다.

금감원이 XBRL 작성 과정에 개입하고 자체 개발 프로그램만 사용하도록 하는 데서 발생한 문제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결과물이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지만 검증하는 ‘최종 검증기관’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인증된 다양한 상용 소프트웨어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3분기부턴 오류 없을 것”

검증 오류처럼 보이지만 제도 도입 단계에서의 시행착오이며, 정보 이용자 입장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국제 XBRL 본부의 인증을 받은 업데이트 버전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3분기부터는 관련 오류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반기보고서의 경우 아렐을 통해 유효성 검사를 한 결과 10% 정도로 오류 비율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택사노미와 사업보고서 목차 간 불일치에 대해선 “회사가 기존 사업보고서에서 쓰던 계정의 성격을 판단해 가져다 쓰는 것”이라며 “이런 회계적인 부분까지는 검토를 하진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XBRL 공시는 컴퓨터가 쉽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재무정보에 꼬리표(tag)를 붙이는 작업을 통해, 모든 기업의 재무공시를 분류체계에 따라 색인화하는 제도다.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나 주석 등을 손쉽게 정리·분석해 활용할 수 있으며,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로도 변환 가능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필요한 주요 항목으로도 꼽힌다.

비금융업 상장사의 경우 2023년도 사업보고서(2024년 3월)부터 재무제표 주석을 XBRL로 제출했고 올해에는 자산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의 상장사까지 제출 대상이 확대됐다 향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금융업 상장사들이 2026년도 반기보고서(2026년 8월)부터 XBRL 주석 제출을 적용받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28년도가 되면 자산 1000억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들을 포함한 대부분 상장사들의 재무제표가 XBRL에 기반해 공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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