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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남북경협 시 대표적인 사업인 자동차, 철도, 철강, 건설에서 대북 사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북 간 철도 연결과 도로확장, 현대화 사업, 인프라 구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분야는 실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현대차(005380)와 북한 간 자동차 합작 사업을 계획했다. 앞서 현대차는 북한에 2005년까지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설비 공장을 만드는 계획이 담긴 ‘현대차 북한 내 자동차 조립공장 설립 의향서’를 작성해 북쪽과 실체적인 논의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차는 설립 의향서에서 △북한 내 자동차 생산 공장 설립 △현대차 수출용 차량의 북한 내 조립 생산 및 제3국 수출 △북한 고유 모델 승용차 개발 지원 △부품 및 완성차 수송에 따른 물류비용 최소화를 위한 개성 봉동~파주 문산 간 미연결 구간 20㎞ 연결해 철도 수송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비화는 지난해 정진태 전 현대차그룹 중국 지주회사 총경리가 출간한 ‘금지된 고백’에서 밝혀졌다. 정 전 총경리는 정몽구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북한과 자동차 합작사업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노동시장이 개방되면 현대차의 자동차 공장건설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기존 노조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9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판매부진으로 기존 생산량을 맞추는 데도 버거운 상황이라 공장건설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남북 경협에서 핵심인 철도 분야 등에서 관련한 계열사를 두고 있어 최대 수혜가 전망된다.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로템(064350), 현대제철(004020), 현대건설(000720) 등이 해당한다.
현대로템은 국토연구원에서 선정한 29개의 북한 핵심 철도 노선 사업이 시행되고 북한의 지하철이 한국처럼 고도화된다면 앞으로 32조원 규모의 철도 신호·통신시스템과 차량 발주가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 레일을 생산·공급 중에 있어 북한의 철도 시설 확충에 참여 가능성 있다. 북한을 가로질러 러시아와 한반도에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될 때 가스관용 철강재 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1990년대 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경협 물꼬를 텄다. 특히 북한에서 경수로 사업을 주도했으며 정주영 체육관도 건립한 경험이 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조부인 정주영 명예회장, 부친인 정몽구 회장 다음으로 3대째 방북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불발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6일 그룹의 시급한 현안인 미국 수출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승진 후 첫 공식 행보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등 미국 행정부와 의회 고위 인사들과 면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미국 일정은 사전에 예정돼 있었다”며 “우리 정부 측과도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을 대신해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이 방북 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과 정몽구 회장 비서실장 맡고 있으며, 현재 현대차그룹 5인 부회장단 중 서열 1순위로 꼽히는 전문경영인으로 그룹을 대표해 방북 기업인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