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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이날 예정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추경 시정연설은 그나마 감안할 수 있다”면서도 “언제 총리가 와서 시정연설을 했느냐. 정말 안하무인으로 국회와 국민을 일방통행식으로 무시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회동에서도 “국회에 추경안을 들고 오면서 대통령도 아닌 총리가 추경 시정연설을 한다”며 “얼마나 오만불손한 자세와 태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국회에 와서 추경 시정연설을 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이다. 김 원내대표 주장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이 직접 추경과 본예산 시정연설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봤다. 국회법 제84조(예산안·결산의 회부 및 심사)는 ‘예산안에 대하여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10일 국회와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접 추경 시정연설을 한 사례는 지난해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이 유일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과 2015·2016년 총 세 차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세 번 모두 정홍원(2013년)·황교안(2015·2016년) 전(前) 총리가 대통령 시정연설을 대독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 예산 시정연설에 대해서는 탄핵 직전인 2016년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4년 연속으로 본인이 직접 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해 모두 한승수 전 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추경 시정연설을 단 한 차례도 직접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본예산 시정연설 역시 임기 첫해인 2008년에만 직접 했다.
특히 2009년에는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예산 시정연설을 직접 해달라고 이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지만, 정운찬 전 총리가 대독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 주장처럼 대통령이 와서 시정연설을 한 경우가 오히려 적다”며 “대통령이 온 지난해 추경 시정연설은 특별한 경우”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선출하는 ‘책임총리제’를 주장하는 한국당이 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을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현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민의를 반영해 총리를 선출하고, 책임총리제를 통해 이번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 개헌안을 ‘사실상 내각제’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