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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테슬라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암호화폐 관련 투자와 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가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으면서 `디지털 금융`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가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 6.2%를 583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벤처캐피탈 TS인베트스먼트도 지난해 펀드 방식을 통해 두나무에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상품 가격 예측 플랫폼 `레인보우닷`을 서비스하는 인덱스마인에 1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이 기업 대상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업체 한국디지털에셋(KODA) 설립에 합작사 형태로 참여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커스터디(수탁·보관)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투자를 결정했고 KDAC, 미국 암호화폐 금융서비스 기업 비트고(BitGo)가 함께하는 3자 협력체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그간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이 암호화폐 지갑 등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사례가 이어지다가 최근에는 금융권이 앞장서서 직접 투자에 나서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금융의 디지털화는 원터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중간에서 코레스 뱅킹(환거래)역할을 했던 금융기관을 쓸모없게 만들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인해 시중은행 역할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은행, 증권사, 투신사 등이 생존을 걱정할 처지에서 새로운 출구로 암호화폐 투자나 암호화폐와 관련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규제 때문에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에 대한 직접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ETF가 등장하면 기관투자자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은 “미국에서도 법적인 제약이 심해 현재 전세계 비트코인 시장 규모 700조원 중에서 기관투자자 자금은 6조~7조원에 불과한 수준이나, ETF가 생기면 자금 유입의 통로가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몇몇 은행이 ETF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 ETF가 등장하면 해외 상품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급등에 빗썸, 업비트 등 국내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빗썸과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각각 4조6000억원, 5조6000억원 수준으로 3달 전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지난해 1195% 늘었으며, 업비트는 최근 6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빗썸과 업비트에서의 거래 규모 모두 지난해말 대비 2배 이상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거래량 급증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대로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3분기 누적 매출이 14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매출액을 넘어섰다. 올해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1억원, 이더리움은 5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당분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2019년의 암흑장을 회복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초 거래량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에도 상당한 수준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