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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역대급 제휴’, 누가 주도했을까

김무연 기자I 2020.10.26 18:10:24

네이버-CJ 동맹② : 네이버, CJ대한통운 지분 7.85% 확보
양사, 이날 지분 투자 관련 공시… 계획보다 늦어져
CJ그룹, 지분 스왑은 처음… 네이버 주도론 우세
양사, 물밑서 오랜 친분 유지… 일방 주도 아냐

네이버와 CJ그룹 CI(사진=각 사)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국내 물류 최강자 CJ대한통운과 이커머스 패권을 잡으려는 네이버가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손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제휴를 시간문제로 봤지만 지분 맞교환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예상 밖이란 반응이다. 역대급 제휴인만큼 물밑에서 진행돼온 양사의 논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약 3000억원 규모 지분을 맞바꿨다. 이번 지분교환으로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지분 7.85%를,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지분의 0.64%를 보유하게 됐다.

이밖에 네이버는 각 1500억원을 투자해 CJ ENM 지분 5%를 사들였다. 또 스튜디오드래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 지분 6.26%를 확보했다. 약 1500억원 규모의 스튜디오드래곤 신주를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투자 규모 및 방식 모두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 네이버, CJ대한통운·CJ ENM·스튜디오드래곤에 투자

양사는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이(e)풀필먼트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 공동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물류업체가 판매 업체의 위탁을 받아 배송과 보관, 재고관리, 교환·환불 등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고객들에게는 최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이커머스 쇼핑ㆍ물류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이밖에 네이버는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 세계시장 공략 가능성이 큰 웹툰의 영상화권리(IP) 확보 및 영상화(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네이버가 티빙 지분 투자에도 참여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에 맞설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 유치는 그룹 계열사 3곳이 연관된 만큼 그룹 지주사인 CJ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CJ 측에선 최은석 CJ 경영전략 총괄 부사장,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 등 고위 관계자 극소수만이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에서는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딜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간 지분 교환은 신사업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투자 리스크가 클 경우 주로 선택하는 전략이다. 네이버의 경우 물류사업을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고 CJ 또한 이커머스에 뒤늦게 참전하긴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CJ, 지분 교환으로 협력은 처음

CJ그룹은 지금껏 사업 확장이 필요할 때 주로 기업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 들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약 1조5000억원을 들여 미국 냉동식품 생산·유통업체 쉬완스컴퍼니를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에도 브라질 소재 식품업체인 세멘테스 셀렉타 경영권을 인수했다. CJ대한통운이 매각에 나선 중국 냉동·냉장 물류 자회사 CJ로킨 역시 지난 5년 전 중국 룽칭 물류를 사들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지분 교환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출혈 경쟁이 한창인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드는 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네이버는 지분 교환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단행하며 금융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졌다. 이후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통장을 출시하는 등 금융업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네이버가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 CJ, CJ ENM·스튜디오드래곤 병행 투자 역제안

이번 지분 교환은 네이버가 먼저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쇼핑 부문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는 네이버로서는 취약한 물류 시스템을 CJ대한통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내부적으로는 쿠팡을 확실히 제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지난 4월부터 CJ대한통운과 진행한 제휴가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제안을 받은 CJ대한통운은 내부적으로 장고에 들어갔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본래 양사의 제휴는 지난 8일 발표 예정이었다. 양측 간 지분 교환 등을 두고 논의가 길어지며 발표가 늦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CJ그룹 계열사가 이전까지 지분 교환 방식으로 신사업에 진출한 경험이 없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J 측은 네이버의 제안을 수용하는데 더해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투자를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CJ CGV 등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 플랫폼 업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큰 네이버에 자사 콘텐츠를 적극 유통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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