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MSCI 지수 편입 가능할까…증권가 '설왕설래'

이슬기 기자I 2020.05.06 20:00:00

반도·조현아·델타 지분 비유동주식으로 묶으면 '불가'
편입돼도 문제란 지적도…"유동성 부족해 호가 급등"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한진칼(180640)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유동주식으로 봐야하는지에 따라 편입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다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3일 새벽 MSCI 5월 반기 리뷰 발표가 예정돼 있다. 여기서 MSCI 코리아 지수에 새로 포함될 종목과 빠질 종목이 발표된다. 시가총액이나 유동주식비율 등을 따져 신규 편입·출 종목이 결정되며, 오는 29일 종가 기준으로 지수는 다음달 1일 변경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MSCI 코리아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전 세계에서 60조원 내외다. 어떤 종목이 편입·출 되는지에 따라 60조원 자금 향방이 갈리기 때문에 증권가에선 퍽 중요한 이슈다. 편입되는 종목을 미리 사두고 지수가 실제 편입된 뒤 팔아 차익을 올리는 투자기법도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MSCI 측이 지수 편입 기준 중 하나인 유동주식비율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현재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KCGI 등 3자 연합이 서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이는 사실상 시장에 나올 물량이 아니다. 만약 이들이 가진 주식을 모두 비유동주식으로 묶는다면 한진칼은 MSCI 코리아 지수에 들어가기 어렵다. MSCI가 사용하는 유동비율 기준을 보면 비유동에 해당하는 전략적 주주유형에는 △이사회 임원(개인 최대주주) △자사주 △정부기관 △우리사주 △사모펀드(PEF) 등이 들어간다.

MSCI의 원칙을 곧이곧대로 따르면 조원태 일가 지분과 그레이스홀딩스 지분만이 비유동주식으로 묶인다. 김동원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3자 연합 측과 조원태 측이 주식을 팔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3자 연합이 공동보유계약을 하면서 낸 공시를 봐도 단순투자목적으로 돼 있고, 델타 역시 단순투자목적으로 공시를 한 상태”라며 “서류상으론 MSCI가 반도건설이나 조현아, 델타가 보유한 주식을 비유동주식으로 묶을 근거가 없다”며 한진칼의 편입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반면 반도건설·조현아·델타 등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비유동주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MSCI가 관리하는 유동비율은 국내 지수와는 다르게 벤처캐피탈과 자금운용의 유동성이 낮은 일반법인 등을 제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참고하면 경영권 분쟁에 가세한 델타항공과 그레이스홀딩스, 대호개발의 지분도 비유동주식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진칼의 편입가능성을 낮게 예상했다.

한편 막상 편입돼도 문제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시장에 풀린 주식수가 적은 탓에 추종 자금을 온전히 받아내기가 어렵지 않냐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패시브 자금은 신규 편입 종목 주식을 나눠 사지도 않고 한 번에 살 텐데 현재 한진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패시브 자금을 받아낼 수는 있다고 해도 유동성이 부족한 탓에 호가가 갑자기 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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