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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마스크 사랑이 절정에 달한 것은 지난달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나서다. 24일부터 청와대를 드나드는 모든 인원은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처’라는 기조 속에 나온 대책이었다.
그 사이에 우리 사회는 다시 혼돈으로 접어들었다. 안 그래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던 마스크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속에 더더욱 귀하신 몸이 됐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 속에 국민들은 마스크를 찾아 구입처 앞에서 장사진을 쳤다. 마스크 품귀 현상 속에 볼멘 목소리가 높아지야 정부는 지난달 27일에서야 마스크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약국의 의약품중복구매방지시스템(DUR)을 활용하고 구입 5부제 등 추가 대책이 나오면서 그나마 마스크 구매가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이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제는 앞다퉈 마스크가 필수가 아닌 부수적인 것으로 열을 올려 홍보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마스크 신화가 정부의 손에 의해 해체된 셈이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기조 속에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지난 4일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 때부터 공식 일정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청와대 경내 일정뿐만 아니라 외부 행사 때도 대통령의 얼굴에서 더이상 마스크를 볼 수 없다. 코로나19는 그대로인데 온 국민이 바라보고 있는 대통령의 마스크마저도 갈팡질팡인 상황이다.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 필수적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스크 대란은 한편의 촌극이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은 발열·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활용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안내한다. 마스크가 위력을 발휘하는 건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확진자이거나 의심증상자일 때 일이다.
아직 백신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설익은 정책은 마스크의 가치를 너무도 높였다. 공급 불안정이 더해지면서 마스크는 그야말로 신화가 됐다. 생산량 일평균 1000만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안정한 공급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력 대응만 채찍질하며 온 사회를 마스크 구하기 대란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WHO가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펜데믹을 선포하면서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 대란’을 목도한 정부가 더욱 보수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사회 혼란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