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박모(68)씨는 서울 지역 개인택시의 3부제가 10일부터 해제된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씨는 “밤에 운행 뛰면 돈은 조금 벌겠지만 건강 잃고, 술 취한 사람 상대해야 하고 오히려 손해”라며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야 있겠지만, 매달 가져가는 돈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다면 ‘택시대란’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연말 ‘택시대란’을 막겠다며 45년 만에 개인택시 3부제를 폐지했지만, 택시운전기사들은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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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를 지나는 동안 택배나 배달업계 등으로 대거 빠져나간 택시기사를 다시 유입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날은 개인택시 ‘나’ 조가 쉬는 날이지만, 도로에 ‘가’ 조, ‘나’ 조, ‘다’ 조 할 것 없이 모두 도로를 달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택시업계에서는 근무가 자율적으로 바뀐 것에 대해선 반기는 분위기지만, 서울시가 의도한 ‘택시대란’ 해소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란 반응이다.
10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70대 전모씨는 “개인택시 대부분이 직장 은퇴하고, 나이 먹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주변 기사들 얘기 들어보면 건강 잃고, 주취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누가 그걸 나서서 하냐”고 실소했다. 30년 넘게 개인택시를 몰았다는 유모(72)씨도 “50, 60대 젊은 사람이나 처음엔 하겠지만, 나중에는 힘들어서 안 하려고 할 것”이라며 “월에 가져가는 돈이 200만원 남짓에 기름값, 보험료 빼면 남는 것이 없는데 돈 조금 벌겠다고 손자뻘한테 욕 듣고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면서 심야에 나올 사람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야간 할증률을 높이는 데 더해 심야 시간대 기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수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홍보본부장은 “부제가 해제됐으니 기사들이 각자 운행하는 스케줄을 짜는 데 있어 자율성이 생긴다”면서도 “야간에 주취자들로부터 승차 시비, 폭행, 욕설 등 트러블이 상당히 많은데 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