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7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IBFC)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금융금융혁신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마지막에 한 말이다.
그는 “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며 “금융을 혁신하고 금융회사가 새로운 유행에 적응하더라도 성을 쌓는 것과 같은 금융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금융혁신이 이뤄지려면 금융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는 “핀테크 업계를 만나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했더니 금융위가 혁신에는 관심이 없고 규제만 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오해를 받아 서로 간극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며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규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보니 금융안정과 혁신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지가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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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디지털 금융혁신의 구체적인 미래 방향도 설명했다. 우선 맞춤형 개인금융서비스 강화를 위해 마이데이터 고도화를 추진하고 비금융정보 활용 확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비금융전문 신용평가사(CB, 전자상거래나 통신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통해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곳) 1곳(크레파스 솔루션)을 지정했고 추가로 1곳을 지정할 계획”이라며 “건강보험공단, 연금보험, 한국전력 등의 비금융 정보를 같이 활용하면 개인신용평가체계 고도화를 통해 신 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에 대한 평가도 가능해져 금융 접근성과 안정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데이터 결합과 유통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데이터 결합제도 개선을 위해 샘플링 결합 절차를 도입하고 데이터 이용기관의 데이터 결합 신청도 허용했다”며 “이종분야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한 데이터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데이터 전문기관을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샘플링 결합’이란 원본 데이터 일부만 임의 추출해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전에는 전체 데이터를 전문기관에 제공해 데이터를 결합해야 해 비효율적이었다. 데이터 전문기관은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기관으로 △국세청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등 4곳이다.
고 위원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혁신의 미래 전략으로 금융플랫폼 발전도 뒷받침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금융플랫폼 기반 인프라로 오픈파이낸스(개방금융, 마이데이터, 오픈뱅킹)를 구축했다”며 “오픈뱅킹의 참여기관을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로 확대하고 서비스에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 퇴직연금(IRP)계좌 조회 등이 가능토록 오픈뱅킹 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와 함께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구축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자회사 및 기술기업간 정보공유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금융회사의 테크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직접 인수 외에도 사모투자펀드(PEF)와 매칭펀드 등 다양한 투자 촉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지주와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정보 공유가 제한돼 데이터와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은도 디지털화 돼 유통될 것…적극적 준비 필요”
이날 ‘디지털자산 금융혁신, 차기정부 정책 제언’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디지털자산 시대를 대비해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디지털 자산이란 소유권 주장 및 가치 부여가 가능하며 여기에 발행·저장·전송·검증 등 관리 가능한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의미한다.
인 교수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디지털 머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예컨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만드는 토큰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의 중앙은행 등이 디지털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CBDC(디지털화폐)”라면서 “개인이 발행하는 디지털머니로는 NFT(대체불가토큰)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자산들이 디지털화돼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인 교수는 “금, 은, 석유 광물 등을 디지털화해서 전세계에 팔려나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디지털자산은 4차산업혁명의 가치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지난해에만 디지털 자산을 유동화한 규모만 2200조원을 넘어섰다”며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0%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기정부에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진흥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4가지 방안을 꼽았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차관급의 디지털산업진흥청뿐만 아니라 장관급의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 전문은행 설립과 크립토(가상화폐) 면허 기반의 금융산업 재편 등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이밖에 투자자보호 장치와 함께 ICO(코인발행) 전면 허용이 필요하며 NFT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