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했던 ‘대국민 사과’를 한 차례 더 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이 사회에 공헌키로 한 차명재산 1조원을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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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삼성의 외부 독립 감시기구인 준법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21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약속한 사업지원TF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사업지원TF는 과거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된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전자, 금융 등 부문별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다. 파기환송심 전문심리위원으로부터 사업지원 TF가 준법위의 감시를 받고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사업지원TF에 대한 준법감시 강화’를 직접 약속한 만큼 이와 관련한 별도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사업지원TF는 다른 조직보다 더욱 엄격하게 준법감시를 받게 하겠다”며 “저를 포함해 어느누구도 어떤 조직도 삼성에서는 결코 예외로 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법위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7개 관계사들이 지난달 2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 전문심리위원들이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제출한 개선안을 먼저 들여다볼 계획이다. 준법위 관계자는 “일단 7개 관계사가 제출한 개선 방안을 살펴보고 실효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사업지원TF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특별한 대책보단 준법위의 통제·감시 범위에 사업지원TF을 포함시키겠다는 수준의 대책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인도 준법 감시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한 이 부회장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의구심도 있다. 회삿돈이 아니라 본인의 사재로 이뤄지는 부정 행위까지 과연 막을 수 있겠냐는 것.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준법위가 촘촘히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누군가 마음 먹고 위법을 저지르면 막을 순 없다”면서도 “다만 준법위의 감시·처벌 문화가 기업 내에 정착되면 아무리 회사를 위한 일이라도 쉽게 위법행위를 저지를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과거 삼성 비리 재발 방지책 마련될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했던 ‘삼성 연루 비리 8건 재발 방지책’과 관련해서도 별도 대책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지난 30년 동안의 과거 삼성그룹 총수 범죄 8건을 지목하며 발생 원인은 무엇이고 재발 방지 수단을 마련해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8건 중 5건은 전 대통령들에 대한 뇌물과 불법 정치 자금 사건들이다. 구체적으로는 △1983~1987년 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220억원 뇌물 제공 △1990년~1992년 故 이건희 전 회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100억원 뇌물 제공 △1999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에게 5억원 증여 △2008~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및 다스의 로펌 수임료 89억원 대납 등이다.
이 밖에 △차명 계좌로 78억원 상당 조세포탈 △삼성물산 돈으로 한남동 주택 공사비 33억원 지급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증거인멸 사건 등 3건에 대해서도 위험 평가와 발생 원인 분석, 방지 수단 마련 여부 등을 물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미 지난 24일 답변서를 제출했다. 금융실명제 도입과 준법감시위의 대외 후원금 지출·내부거래 감시로 과거의 위법행위가 재발할 수 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보완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삼성 최고경영진의 잘못도 되돌아보고 이중 삼중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검 측은 엿새 뒤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를 근본적인 대책 마련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故이건희 약속한 ‘차명 재산 1조원 환원’ 이행 가능성도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이미 과거 법적 조치를 받은 사건들인 만큼, 개별 사건에 대한 대응책을 하나하나 마련하기보단 이 부회장이 또 한 번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사회 기여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포기△무노조 경영 폐기 △ 시민사회 소통 등 3가지를 골자로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재판부의 삼성 비리 8건 석명 요구 전에 이뤄졌기에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과거 삼성이 저지른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 기여 행보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 故 이건희 회장이 약속했던 1조원 이상의 사재 출연 약속이 이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전 회장은 특검 수사 당시 “차명 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한 뒤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실명화한 차명 재산은 세금과 벌금을 제하고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이 전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활용 방안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꽤 흐른 만큼 이자도 더해져 적지 않은 금액이 모였을 것”이라며 “이번 재판을 계기로 의미 있는 곳에 환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