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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DB그룹 재건 임무 맡은 김남호 회장…"지속성장 기업 만든다"

피용익 기자I 2020.07.01 17:11:12

동부제철 등에서 실무경험 쌓으며 경영수업 받아
금융 전문성으로 그룹 구조조정·사업재편 과정서 역할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 것입니다.”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은 1일 취임 일성을 이같이 밝혔다. DB그룹이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전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이 이날 새 회장에 선임됐다. 김 회장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DB그룹의 재건을 책임지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업계에서는 DB그룹 내에서 10년 이상 후계수업을 받아온 김 회장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발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B는 1970년대 초반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철강, 소재, 농업, 물류, 금융 등 국가기간산업에 투자해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창업 30년 만인 2000년에는 한국 10대 그룹에 포함됐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며 보험, 증권, 여신금융, 반도체,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지난해 말 기준 그룹의 자산은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재계 서열은 39위로 내려온 상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 전반에 걸친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흔히들 기업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수성을 넘어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만들어 내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두려움을 뒤로 하고 제가 회장직을 받아들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주들을 대표해 앞장서서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며 “경영자로서 저의 꿈은 DB를 어떠한 환경 변화도 헤쳐나가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강원도 육군 3포병여단에서 군 복무를 했으며,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에서 근무했다.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데 이어 UC버클리대에서 파이낸스과정을 수료했다.

DB그룹에는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했다.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으며 경영 참여를 위한 준비 과정을 밟았다. 김 회장 스스로도 “기업인 가문에서 태어나 오래전부터 경영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김 회장은 특히 금융 분야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국내외 투자금융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동부팜한농·동부대우전자 등의 매각 작업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DB그룹의 재정비를 주도했다.

DB그룹의 2세 경영 전환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부친 김 전 회장이 지난해 3번째 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사실상 경영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온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고령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을 이유로 퇴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주주(김남호 회장)가 책임을 지고 경영 전면에 나서 줄 것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김 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2015년부터 DB 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영현장에 빠르게 접목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올해 DB 금융부문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한 것과 대조적으로 1분기에 매출액 5조 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김 회장이 추진하는 DB그룹의 재건 작업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 변화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일관된 과정이며,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1일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DB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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