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를 개발했고 현재 페이스북과 휴렛팩커드(HP) 이사로 재직중인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사진)이 `미래에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우리의 통념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벤처투자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공동 설립자인 안드레센은 30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리코드가 캘리포니아 랜초팰로스버디스에서 주최한 연례컨퍼런스에 참석, “AI나 로봇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우리 역사에서 꽤나 익숙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25~50년마다 늘 이같은 공포가 부각돼 왔던 게 사실이지만 그럴 때마다 현실화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로봇과 마찬가지로 100년쯤 전엔 자동차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컸지만 실제 지금 자동차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도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여러 방식으로 인간의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레센은 “노동시장에서의 실질적 문제는 노동력의 공급 과잉이 아니라 기존 일자리를 다 채우기에도 충분한 노동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근로가능인구에 비해 일자리가 훨씬 더 많은 만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쓰고 있는) 지금과 같은 이민정책을 유지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실리콘밸리는 AI부문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벤처투자자들은 모든 형태와 크기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이는 역사상 가장 큰 버블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초기에도 이같은 투자 과잉으로 인해 수 많은 실패자들이 생겨났고 그 전환기에 살아남는 승자는 일부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는 유명한 문구를 만든 그는 전세계 가격 인플레이션의 88%를 만들어내는 헬스케어와 교육, 건설 등 3가지 주요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그는 스탠퍼드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만든 온라인 교육업체인 유다시티(Udacity)를 예로 들면서 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이같은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헬스케어 분야에도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