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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올리버 와이먼과 모건스탠리가 공동 집필한 보고서를 인용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경제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가장 낙관적인 ‘급격한 반등(rapid rebound)’ 시나리오 하에서도 투자은행들은 올해 큰 폭의 수익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투자은행들이 올린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10%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2022년까지는 글로벌 경제가 V자형 반등세를 보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4~5%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자들이 목표로 하는 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은행들이 신용 부문에서 300억~500억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비관적 시나리오인 ‘심층적 경기침체(deep global recession)’, 즉 코로나19 여파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일부 취약한 투자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상의 회복 시나리오에서 투자은행들의 신용 손실이 300억~500억달러 정도라면,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2000억~300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난다.
모건스탠리의 막달레나 스톡로사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자본 및 유동성 완충 체계를 구축했지만, 큰 위기가 나타나면서 수익이 매우 낮아졌다. 투자은행의 첫 번째 방어선은 사전 준비금의 수익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수익에 대한 압박으로 구조적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수익성의 가장 큰 원동력은 (자본) 규모다. (은행들간) 수익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럽 투자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로존 투자은행들의 2019년 평균 수익률은 미국 투자은행 수익률의 절반 미만인 5.2%에 머물렀다.
ECB는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투자은행들은 더이상 비용을 줄여 수익을 보전할 수 없다. 규제 준수 및 IT 관련 비용 등 고정 지출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일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산을 팔거나 아예 영업을 중단하는 것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투자은행들 중 수익성 악화 우려가 가장 큰 기관으로는 독일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가 지목됐다. FT는 이들에 대해 “대형 은행들 가운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채무불이행을 흡수할 여력이 거의 또는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기업들의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5000억달러 규모의 자본을 은행에 수혈하고 일시적으로 대출 규제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출은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스톡로사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요구되는 자본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등은 영업 방식을 자산관리 형태로 전환한 덕분에 위기를 가장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은행들로 분류됐다.
한편 유럽 투자은행들의 위기는 미국 은행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톡로사 애널리스트는 “월가의 은행들이 유럽 대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위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JP모건이 가장 유리한 위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