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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현)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직접 최후 변론에 나서 눈물 변론을 통해 조 전 장관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앤장 공정거래팀 소속인 박 변호사는 기업 송무를 주로 수임해왔다. 그는 조 전 장관이 구속기소된 이후 수임계를 내고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연수원 동기 김상준 변호사와 함께 변론에 나서고 있다.
박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한 이후 이뤄진 최후변론에서 “비록 변호사 생활을 30년 해왔지만 개인적으로 형사소송은 해보지 않은 문외한”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특검이 지난해 12월 저희 집을 압수수색할 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 전 장관의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아내가 구속된 후 구치소에서 투명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마주했다”며 “아내에게 ‘절대로 쓰러지지 말자. 뇌물을 받고 들어간 것도 아닌데 기죽을 필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파견 검사는 우리 부부에게 ‘조사하며 어느 순간에는 조 전 장관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검사는 진실을 좇는 게 아니라 사실을 판단하는 주체다. 관련 증거에 따라 유죄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 기록을 보고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검사의 말 뜻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고 밝혔다. 그는 “진실은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여기에 가기 위한 자료들은 하나 같이 희석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뚫고 진실에 갈 수 있는 것은 신만 가능하다”며 “진실을 가려야 하는 법관이 참 어려운 직책이라 생각했다.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하늘의 뜻이라면 그것이 어떤 결정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 재판에 임하는 제 마음”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배우자라는 것은 자기와 가정을 꾸리고 같이 자식을 낳아 기르고 같이 늙어가고 같이 퇴장해야 하는 운명”이라며 “조 전 장관 구속 후 느낀 것은 결혼해 데려올 때 마음속에서 다짐했던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언급하며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제 하늘과 운명과 정의를 위한 재판 시스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변론을 마무리했다.
박 변호사의 변론이 이어지는 동안 옆자리 앉은 조 전 장관은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조 전 장관 측 외에도 이날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측의 최후변론도 이목을 끌었다.
김 전 실장 변호인 5명은 돌아가며 김 전 실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에 대해 정치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김 전 수석 변호인인 배호길 변호사(33기·청립)가 혼자 무려 4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필리버스터급 변론으로 이목을 끌었다.
배 변호사는 변론 시간의 상당수를 함께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에 대한 공격으로 할애했다. 블랙리스트 등의 업무에 대해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 받지 못한 것이 상당수라며 김 전 비서관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