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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이 25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놓은 관전평이다. ‘극우·우경화’ 논란 속에 컨벤션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진 제1야당 상황과 관련, 새로 등장하는 지도부를 상대해야 할 집권여당으로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당선이 유력한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이 타당하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언급하고, 당 지도부가 합동연설회에서 욕설과 고성·막말을 쏟아내는 태극기부대를 제대로 통제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5.18·탄핵·태블릿 조작, 여권에 공격 빌미만
당 최대 행사이자 축제가 돼야 할 한국당 전당대회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와 탄핵 정당성 논란, 태블릿PC 조작 등 여권에 공격 빌미만 주면서 역(逆)컨벤션효과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극우 성향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진태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누르고 당 대표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고,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을 한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우경화를 실제로 입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황 후보와 함께 양강주자로 꼽혔던 비박(박근혜)·개혁보수 성향의 오 후보는 ‘황교안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김진태 후보와 2위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정미경 전 의원에 비해 약체라고 평가받던 김순례 후보도 5.18 논란으로 오히려 이름을 알렸다는 평가다. 김순례 후보가 여성 몫 최고위원에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인 정 전 의원을 제치고 당선될 경우 최고위 구성 역시 친박·잔류파·영남 일색으로 채워지게 된다.
3명(여성 몫 1명 제외)을 뽑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조경태·김광림·윤재옥·윤영석 의원 지역구는 각각 부산·경북·대구·경남이다. 모두 바른정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에 남았던 이들이기도 하다.
현역 의원 중 유일한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당선이 유력한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저딴 게”라고 했던 김준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는 다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극우로 선명성 보여주다 태극기만 조직화”
당내에서는 김진태 후보의 2위 등극과 김순례 후보 당선에 대해 ‘설마설마’ 하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 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책임당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독선에 맞서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 이런 게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태극기가 소란스럽기만 하지 대표선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김진태 후보가 20% 이상 득표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얻으면 차세대 대권 후보군으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원도 “태극기는 목소리만 크고 어차피 우리를 찍을 사람들인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5.18 논란도 빨리 털고 가야 하는데 김진태 후보 득표율이 높고 김순례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렇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진태 후보 약진과 김순례 후보 당선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한국당이 우경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비전과 가치·노선 경쟁을 해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컨벤션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당 전당대회는 극우로 선명성을 보여주기 시작하다가 태극기부대만 조직화한 꼴”이라고 했다. 또 “지난주까지 실망만 주다가 이번주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완전히 묻힐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모멸감을 참으면서 한국당 당원 하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