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출퇴근 산재 인정 4년간 2.6조 필요…산재보험료 인상 불가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박태진 기자I 2017.09.28 19:52:27

내년부터 버스·지하철·자전거 출퇴근 사고도 산재 보상
출퇴근 교통사고 산재 인정시 수혜자 9.4만명 달해
연간 4000억~7000억 추가재원 소요..4년간 2.6조원 달해
산재보험요율 5년째 1.7%..정부 12월경 요율 인상폭 결정
근로복지공단 1650명 추가인력 필요..590명만 충원키로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1년 11월 자전거로 퇴근하다 넘어져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 중 법원에 산재보상보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을 내 판결을 뒤집었다. 작년 9월 헌법재판소는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현행 산재보험법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자전거나 대중교통 등 회사에서 제공하지 않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다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률공백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개선입법 기한을 올해말까지로 정했다.

출퇴근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2014년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다. 두 딸의 어머니인 박모씨는 퇴근 중 빙판길에 넘어지는 사고로 허리를 다쳐 실직했지만 산재 인정 대상이 아니어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씨는 두 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만 연간 4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산재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버스·지하철·자전거 출퇴근 사고도 산재 보상.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37조)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근로복지공단은 회사측이 제공하는 통근버스 등의 수단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근로자는 버스, 택시, 자가용 등 통상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외에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을 업무상 재해기준에 포함해 보상범위를 넓혔다. 상식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 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모두 산재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에서 이탈했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도 식료품 구입, 병원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경로이탈 시 발생한 사고까지는 산재로 인정한다.

다만 개인 택시와 같이 직종 특성상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아 출퇴근 재해를 보상하는 게 큰 의미없는 경우에는 출퇴근 산재를 보호하지 않는 대신 산재 보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회사에서 제공하지 않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다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가결했다.(사진=뉴시스)
4년간 2.6조 추가재원 소요…산재 보험료 인상 불가피

고용부는 출퇴근 교통사고까지 산업재해로 보고 보호할 경우 추가 수혜자수가 연간 9만 4245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상자수 7만420명과 자동차 외 교통사고 사상자 2만3825명을 합산한 수치다. 2015년도 연간 산재 재해자수가 9만 129명임을 감안할 때 출퇴근 산재보험 도입으로 연간 산재 적용 대상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고용부가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출퇴근 산재보험 도입으로 내년 4570억원, 2019년 6711억원, 2020년 7232억원, 2021년 7613억원 등 시행 초기 4년 간 총 2조 6126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내년 산재보험급여 규모를 올해(4조 4391억원)보다 13.4% 증가한 5조 347억원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산재 보험요율 인상폭은 오는 12월 결정할 계획이다. 사업장별 보험료는 근로자 전체 보수액에 산재보험요율을 곱해 산정한다. 산재 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부담한다. 산재보험요율은 2013년부터 5년째 1.7%를 유지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행정력이다. 근로복지공단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추산한 결과 출퇴근 산재보험 도입으로 165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일시에 대규모 인력충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출퇴근 산재업무 처리를 위한 추가충원 인원을 600명 이내로 제한했다.

공단 관계자는 “출퇴근 재해는 사업장 밖 사적인 영역에서의 재해이기 때문에 현지조사 등 재해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부정수급과 자동차보험사에 대한 구상업무 증가도 예상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근로복지공단의 일이 더 늘어나 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제도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재원 마련, 인력 충원 방안에 대해 기재부 등 관계 기관과 세부 계획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