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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중·소형 종목이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 2~9일 사이 공매도 거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이화전기(024810)였다. 이 기간 전체 거래량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248만주(26억원)가 공매도 물량으로 쏟아졌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증권사 등에서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기법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0원인 주식 1주를 수수료(이자) 5%를 내고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500원으로 내려갔을 때 되사서 갚으면 투자자는 45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 거래량을 늘리고 주가 거품을 빼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 등만 이용할 수 있는 공매도 제도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원인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한시적인 공매도 규제 강화 정책에 따라 공매도 거래 쏠림이 심한 종목의 주가 하락 압력도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10일부터 석 달 간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해당 종목의 공매도 금지 기간도 기존 하루에서 2주일로 대폭 늘렸다.
공매도 거래량 1위인 이화전기는 대차 잔고 주식 수도 전체 유통 주식 수의 4%가량인 2993만 주에 이른다. 주식 대여 계약을 체결해 앞으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잠재 공매도 물량도 전체 주식 100개 중 4개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공매도 규제 강화는 이 같은 매도 물량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이른바 ‘코로나19 테마주’가 규제 강화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테마주에 공매도 거래가 주로 몰리는 추세여서다. 이화전기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기업의 판권을 확보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던 회사다. 이화전기 다음으로 공매도 거래가 많았던 종목도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 업체 중 유일한 상장사인 씨젠(096530)(공매도 거래량 173만 주)이다.
이외에 공매도 거래 규모 상위 10위 안에 드는 에스모(073070)(150만 주), 로스웰(900260)(134만 주), 에이비프로바이오(195990)(123만 주), 코미팜(041960)(116만 주),국일제지(078130)(110만 주) 등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등 넓은 의미에서 코로나 테마에 포함되는 종목들이다.
다만 이번 규제 강화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매도가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2008년과 2011년에도 코스피 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특정 테마에 힘입어 과도하게 급등한 주가를 적정 가격으로 되돌리는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가 주가를 일부 끌어내릴 순 있지만, 결국 회사의 주식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실적”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이자 그 화살을 공매도로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씨젠 디엔에이링크 마크로젠 아이티센 앱클론 엑세스바이오 등 11개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신규 지정했다. 일시적으로 강화된 공매도 규제가 처음 적용된 이들 종목은 공매도 거래가 오는 11일부터 24일까지 10거래일간 금지된다. 이 중 씨젠은 코스닥 상장사 중 공매도 거래규모가 두 번째로 많은 회사여서 개인 투자자는 당분간 한숨을 돌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