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울 방배초서 여학생 상대 인질극…아찔했던 1시간(종합2보)

김성훈 기자I 2018.04.02 21:03:02

서울 방배초서 4학년 여학생 인질극
경찰,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범인 검거
"군대 가혹행위에 조현병…보상 외면" 주장
신분증 확인 없어…학교 측 "잘못 인정"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인질극을 벌여 체포된 양모씨가 방배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20대 남성이 침입해 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방배초등학교에서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이던 양모(25)씨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양씨는 이날 오전 11시 43분쯤 방배초 건물 1층에 몰래 들어가 4학년 여학생의 목에 흉기를 댄 후 인질극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학교 보안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2~3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양씨와 대화를 시도하며 음료를 건넨 후 A씨가 음료를 마시는 틈을 타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인 오후 12시 43분쯤 양씨를 검거했다.

인질로 잡혀 있던 학생 A(10)양은 양씨 검거 직후 동작구 중앙대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큰 부상이 없이 2시간 후에 퇴원했다.

홍준영 중대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학생은) 외상 등 다른 증상이 없는 상태”라며 “이후 외래에서 추후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씨도 검거 직후 간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오후 4시 15분쯤 방배서로 호송됐다.

경찰서에 도착한 양씨는 “군대에서 가혹행위와 부조리·폭언·질타·협박 등으로 조현증이 생겼다”며 “전역 후 국가보훈처에 계속 보상을 요구했는데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며 범행 이유를 밝혔다.

그는 ‘피해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말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한 후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방배초에 따르면 양씨는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고 말하고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담당보안관은 이 과정에서 양씨의 신분증을 받지 않았고 양씨는 특별한 신원조회 없이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인질범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지 않다. 평소에는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을) 다 적어 놓는데 공교롭게 이번에만 이렇게 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범인이 흉기를 어떻게 숨기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씨를 교내로 들여보낸 보안관 역시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며 “(이 남성이) 졸업생이라고 말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교 출입을 다음날부터 강화하는 한편 후문을 폐쇄하고 정문만 개방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일과 중 아무도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보안관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양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한 후 인질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귀가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