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16일 14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이 각종 사무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업무 자동화가 일상이 된 시대다. 이런 가운데 실사·법률 등이 총망라된 인수합병(M&A)도 AI가 담당하는 사례가 나왔다. 미국에서 M&A 조건 협상부터 본계약서 작성, 클로징까지 전 과정을 AI 플랫폼으로 처리한 사례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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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AI 법률 스타트업 소턴(Soxton)은 지난 3월 에이전틱 애플리케이션용 보안업체 사이퍼(Cipher)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소턴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퍼 인수는 소턴 플랫폼상에서 전부 완료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건 협상부터 본계약서 작성, 클로징까지 거래의 모든 단계를 자사 AI 플랫폼으로 처리했고, 이를 통해 법률비용 8만달러(약 1억1000만원)를 아꼈다고 부연했다.
로펌을 끼지 않은 M&A가 아니라, 로펌을 자칭하는 AI 플랫폼이 자사 딜을 자기 플랫폼으로 처리한 사례다. 소턴은 하버드 로스쿨 J.D. 출신으로 미국 대형 로펌 쿨리(Cooley)에서 기업변호사로 일한 로건 브라운이 창업한 회사로, 지난해 12월 목시벤처스 주도로 250만달러 프리시드를 유치한 바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법인 설립부터 지분 관리, 투자 유치, 컴플라이언스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주력 서비스다.
브라운은 지난 8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자사의 서비스에 대해 "초안 작성과 레드라인, 계약 검토가 자사 템플릿으로 학습시킨 AI에서 시작되지만 경력 변호사가 AI 작성 계약서를 고객 전달 전에 검토한다"고 밝혔다. 월 20달러에 계약서 템플릿을 제공하고, 100달러를 받으면 4시간 내 변호사 검토를 거친 맞춤 계약서를 주는 정액제다. 다만 브라운이 밝힌 변호사 검토 절차는 고객 업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자사 딜인 사이퍼 인수 계약서를 변호사가 검토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소턴의 사이퍼 인수는 국내 M&A 법률 자문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는 "AI가 어디까지 변호사의 업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초미의 관심사"라며 "M&A 관련 업무도 일정 부분은 AI가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 상황에서 미국에서 사례가 나온 만큼 업계가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데이터 AI 기업 딥서치의 M&A 플랫폼 '리스팅'은 2024년 4월 출시 후 9개월 만에 가입자 2500명, 누적 기업 검토 1400건, 진행 중 거래 379건, 성사 4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기준 수치다. 특히 M&A 중개 과정이 AI로 진행된다는 점이 리스팅이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지점이다.
또 다른 사례는 앤틀러코리아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3기에서 나온 프렉탈테크놀로지의 '쿠키딜'이다. 쿠키딜은 지난 2024년 7월 스프링캠프·앤틀러로부터 7억원 시드를 받았다. 기업가치 10억~100억원 비외감법인이 타깃이고, 회사는 "금융에 기술을 더해 중소기업을 위한 AI 기반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운다. 쿠키딜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M&A 신규 자문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플랫폼의 사업 범위는 대체로 딜 소싱과 매칭, 기업 검토까지에서 멈춘다. 계약서 작성과 클로징 단계는 자문사와 로펌에 넘긴다. 리스팅이 일본 크로스보더 딜의 구조화와 법률자문을 법무법인 디엘지에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기술 수준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의 문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사무 취급을 금지하고 있고, 실사와 가치평가는 공인회계사법의 영역과 겹친다. 플랫폼이 계약서 초안을 뽑아 클로징까지 밀고 나가는 순간 무자격 법률사무 취급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AI를 활용한 M&A는 국내에서는 아직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로펌 M&A 담당 변호사는 "실사 자료 정리나 계약서 초안처럼 반복되는 작업은 이미 상당 부분 도구에 넘어간 상태"라며 "딜 구조를 어떻게 짜고 어느 조항에서 물러설지를 판단하는 일이 남는 것이고, 그 판단에 책임을 지는 주체는 여전히 변호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역시 AI가 고도화되면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공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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