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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강도 도발의 나비효과…'서방 vs 중러' 新냉전 가속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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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I 2021.03.25 19:19:58

新대북정책 마무리되는 시점…北도전 마주한 바이든
또 '못 본 척' 땐 北 격상된 도발…첫 기자회견 주목
'北에 영향력' 中몸값 높아져…왕이 태연히 중동 순방
블링컨 "선택 강요 않겠다"지만…韓 미중 사이 딜레마

북한이 지난해 3월29일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궤도형 발사대 위에 6개의 발사관이 탑재돼 있다. 출처=연합
[이데일리 이준기 김보겸 기자 베이징=신정은 특파원] 탄도미사일 발사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려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대북(對北) 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되는 미묘한 시점에서 북한의 도전을 마주한 격이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연합(EU)을 필두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충돌 속에 이른바 ‘신(新) 냉전’ 부활 조짐이 가속화하는 상황이란 점에서도 이번 북한의 도발은 파장을 낳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글로벌 정치지형이 북·중·러 대(對) 미·EU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중 줄 세우기 압박 속에 한국 역시 곤혹스런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새 대북정책 공개 앞두고…시험대 오른 美바이든

미국은 지난 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저강도 도발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순항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위반이 아니란 점을 꼽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정면 배치한다.

당장 내주 말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의를 통해 새 대북정책에 대한 최종 조율을 앞둔 미국으로선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식(式) ‘톱·다운’(하향식)·버락 오바마 행정부식 ‘전략적 인내’ 대신, 바텀·업(상향식)을 뼈대로 한 포괄적·단계적이란 빌 클린턴식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염두에 두고 재검토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일 당국자들은 ‘미국이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라고 제안한 상태”라고 썼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로선 못 본 척 지나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대북정책의 기조부터 다시 짜야 할 판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관건은 이번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지로 쏠린다. 아무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해도,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ICBM급만 아니라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처럼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즉, 새 대북정책을 완성, 밀어붙이기 전까진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 있다.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의 도발이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동맹규합’을 중시해왔던 만큼, 한국은 물론 일본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탄도미사일을 못 본채 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미 이날 도쿄올림픽 성화봉송을 시작한 일본은 북한의 도발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강력 대응을 시사한 상태다.

시선은 바이든 대통령의 ‘입’으로 쏠린다.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어떻게든 이번 도발에 대한 반응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곧 나올 대북정책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곤혹스런 美·느긋한 中…한반도 외교지형 요동치나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지난 18∼19일 미·중 ‘앵커리지’ 격돌 이후 신냉전 구도가 명확해진 시점에서 이뤄진 점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잇단 총격사태 극복 등은 물론 이란핵합의 복원(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등 대내외 과제가 즐비한 미국으로선 악재인 반면,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 연일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가들을 향해 강성 메시지를 내는 중국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정가·외교가에서도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이 움직여야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는 만큼 중국으로선 가만히 앉아서 몸값이 높아지는 격이어서다.

북한의 도발이 이뤄진 이날 왕 부장은 태연하게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와 만나 서구 국가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만약 미국이 대북 ‘강 대 강’ 국면을 택한다면 신냉전 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동맹국들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우리 아니면 그들(중국)’의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우리 중 누구 하나가 혼자서 그것을 하는 경우보다 우리는 훨씬 더 강하며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선택을 강요하진 않았으나 행동답안은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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