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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오전 9시 6분 먼저 경고음을 울렸다. 코스피200선물지수가 6.49% 급락하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올해만 다섯 번째다. 곧이어 오전 10시 31분 결국 서킷브레이커도 가동됐다. 코스피가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모든 종목의 거래가 20분간 전면 중단됐다. 선물·옵션 시장도 함께 멈춰섰다. 불과 5일 전인 4일에 이어 또다시 거래가 강제로 멈춰섰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5.20%, 대만 자취안(가권)지수도 -4.43% 내렸다. 다만 국내 증시는 아시아 주요국 대비 더 큰 낙폭을 보였는데, 중동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인데다 달러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에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고베타의 특성, 반도체 사이클 민감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총 상위주들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SK하이닉스(000660)가 -9.52% 폭락해 83만6000원까지 밀렸고 삼성전자(005930)도 -7.81% 빠진 17만3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005380)(-8.32%), SK스퀘어(402340)(-7.96%), LG에너지솔루션(373220)(-4.77%)도 줄줄이 급락했다.
수급에선 외국인이 3조1803억원, 기관이 1조5348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 홀로 4조6234억원어치를 받아냈다. 코스닥 역시 52.39포인트(4.54%) 하락한 1102.28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10시 31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5분간 발동됐다.
이날 하락 방아쇠를 당긴 건 중동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사망 이후 후계자로 선출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한 인물이다. 대화의 여지를 닫고 결사항전을 선택한 것이란 평가다. 미 국무부는 곧바로 사우디 주재 외교관 철수령을 내렸다. 이란과의 전쟁 개시 이후 첫 ‘출국 명령’이었다. 확전은 이미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서부텍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장중 119.43달러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 만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120달러에 육박한 것이다. 트럼프는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라고 했지만, 시장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유가가 10% 상승해 연중 지속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40bp(1bp=0.01%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책 입안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2월 비농업 일자리가 9만2000명 감소하며 월가 예상치(5만명 증가)를 완전히 빗나가자 치솟는 물가에 꺾이는 고용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선물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금리 인하가 1~2회에 그칠 것으로 본다. 한 주 전만 해도 7월부터 2~3차례 인하를 점쳤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중앙 지휘체계가 이미 붕괴했고 조직적 반격 능력은 구조적으로 무력화됐다”며 유가 리스크 프리미엄의 장기 유지 가능성을 낮게 봤다. 코스피 4816선을 2차 적극 매수 구간으로 제시하며 “공포는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반등은 신규 롱 포지션 확대보다는 숏커버 성격이 강하다”며 “V자 반등보다 W자형 가능성을 열어둔 분할 매수 대응이 더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과 2020년처럼 급락 후 재하락이 뒤따른 선례를 지금과 겹쳐 보면 낙관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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