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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식품 계열사 물갈이…유통·화학 기존 체제 유지

김무연 기자I 2020.11.26 17:27:18

체질개선·먹거리발굴 유통·화학 강희태·김교현 체제 유지
식품 BU장 2년만에 교체… 이영구 롯데칠성 사장 승진
식품 계열사는 50대 젊은피로 ''세대교체''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예년보다 인사를 한 달가량 앞당긴 롯데그룹은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시키며 혁신의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해 계열사 대표 22명을 교체하고 50대 중반의 CEO를 대거 기용했던 롯데지만 코로나19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변혁을 맞아 다시금 인적 쇄신에 그룹의 명운을 걸었다.

이영구 신인 롯데그룹 식품BU장 사장(사진=롯데지주)
26일 발표한 롯데그룹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보면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대규모 임원 교체는 물론 직제도 단순화했다.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도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여 성과로만 평가하겠단 신동빈 롯데그룹의 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악재를 맞아 전 계열사가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도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거나 혁신을 시도하는 계열사 임원들은 직을 유지하거나 승진했다.

롯데ON 등으로 모바일 변신을 꾀하고 있는 유통 부문의 강희태 유통BU장이나 롯데그룹이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화학 부문의 김교현 화학BU장은 자리를 지켰다. 반면 이영호 식품BU장은 코로나19로 주류 및 식품 등 식품 계열사의 실적 난항에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에게 자리를 내줬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사진 왼쪽)과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사진=롯데지주)


◇ 주목받았던 유통, 화학… 기존 체제 유지

올해 들어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내고 있지만 신 회장은 변화보단 안정성을 택했다. 롯데쇼핑에선 백화점사업부장에 황범석 부사장을, 마트사업부장에 강성현 전무를 선임하며 변화를 줬지만 사령탑은 기존 강희태 대표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다. e커머스 사업을 맡고 있는 조영제 대표도 그대로 직을 수행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5% 감소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3분기 영업이익 1110억원을 거두며 선방했지만 부진한 실적에 강 BU장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지난 8월 자타공인 롯데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전(前) 롯데지주 부회장이 전격 사퇴했기 때문에 누구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에 매진하고 있는 롯데쇼핑으로선 강 BU장의 강력한 리더십에 승부를 걸었다. 강 BU장은 이달까지 마트·슈퍼마켓 등 99곳의 점포를 정리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맡아 희망퇴직을 받는 등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조영제 롯데e커머스 대표 또한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한 ‘롯데ON’ 확장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화학 부문 역시 김교현 BU장 체제를 유지한다. 롯데케미칼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9조32억원, 영업이익 14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1.4%, 영업이익은 85.4% 감소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전날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사업장에서 신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회동 당시 김 BU장이 참석하지 않아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다만 김 BU장은 2차전지 분리막 사업을 확대하는 등 위기 속에서도 새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계열사 롯데정밀화학은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영사 스카이레이크의 펀드에 출자를 하기도 했다.현대차와 미래차 경량화 작업 협업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꾸준히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온 김 BU장에게 다시금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 신임 대표들. 사진 왼쪽부터 김태현 롯데네슬레 대표, 차우철 롯데지알에스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사진=롯데지주)


◇ 칼바람 분 식품 계열사… 50대 신임 대표 전진 배치

반면 식품 계열사들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우선 롯데그룹의 식품 분야를 이끌었던 식품BU장 이영호 사장 대신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식품BU를 총괄하게 됐다. 또한 50대의 젊은 CEO들을 전면 배치해 코로나19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이 신임 BU장은 1987년 롯데칠성 물류기획팀으로 입사해 햇수로 34년 째 근무 중인 ‘영업통’으로 통한다.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2020년에는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해 대표를 역임했다. 그가 대표를 시작한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다. 최근 반일 불매운동과 코로나19로 롯데그룹의 식품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던 분석이다.

이 신임 BU장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롯데칠성음료 대표직에는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기존 강성현 전무가 맡았던 롯데네슬레 대표이사 직은 롯데칠성음료 글로벌본부장 김태현 상무가 잇는다. 롯데리아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에는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을 지낸 차우철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푸드 대표이사 자리는 기존 조경수 대표를 대신해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한 이진성 부사장이 맡게 됐다. 올해 식품업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롯데푸드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부진으로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외려 감소했다. 이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분석된다. 이 신임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롯데푸드 실적을 반등시켜야 한단 책임을 지게 됐다.

새롭게 선임된 식품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50대 초중반이란 점이 눈에 띈다. 김태현 롯데네슬레 대표는 55세, 차우철 롯데지알에스 대표는 52세,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는 51세,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50세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식품 업계로서는 이례적이란 설명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한 까닭은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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