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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1994년 11월 쌍용양회는 시멘트 업계 최초로 환경자원사업 전담조직을 출범했다.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등 순환자원을 시멘트 연료로 쓰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해외 시멘트 업체들은 발전 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하기 위해 순환자원 사용 비율을 높이던 시점이었다.
이후 약 30년간 환경사업 경험을 쌓은 쌍용양회는 최근 ‘종합환경기업’으로 진화를 선언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친환경 기조에 발맞추면서도 그간 원가절감 차원에서 추진했던 환경사업을 확장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25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쌍용C&E’(Cement&Environment)로 변경한다. 지난 1962년 설립 후 60년 시멘트 외길에서 벗어나 친환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 홍사승 쌍용양회 회장은 “순환자원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재활용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환경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살기 좋은 미래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종합환경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쌍용양회는 지난해 12월 정관 사업목적에 △폐기물 수집 운반업 △온실가스 배출권 관련 사업 △환경 관련 컨설팅 △폐열발전 및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증기·전기 공급 사업 등을 추가하며 친환경 사업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현준 대표집행임원을 위원장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위원회’도 신설했다. 시멘트 업계에서 ESG경영체제를 본격화한 것은 쌍용양회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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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가 이처럼 환경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시멘트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꼽힌다. 쌍용양회는 오는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회사가 그간 추진해 온 환경사업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쌍용양회는 강원도 영월·동해 공장에 지난 2년여간 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70만톤 규모 폐합성수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 개조 및 신·증설을 완료하고 최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자원인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게 되면 그만큼 시멘트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폐열발전설비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신규 버너 설치, 냉각기 개조 등 전력비 절감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투자는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쌍용양회 매출액은 1조4708억원, 영업이익 25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 감소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9.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14.8%)보다 증가한 17% 수준으로, 시멘트 업계에선 유일하게 6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 여파 속에서도 낸 호실적으로 의미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1위인 쌍용양회가 환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표시멘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환경 관련 내용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내달 정기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순환자원 처리시설과 폐열발전설비에는 총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시멘트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경사업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쌍용이 업계 환경사업을 선도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도 차례차례 따라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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