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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31일 이번 유예 결정이 시안 발표 뒤 한 달도 안 돼 결정을 연기하는 것은 정책 불신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현 중3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이들이 2021학년도에 치를 수능이 일치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수능 개편 방안 1년 유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입제도의 방향성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분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환영한다”면서도 “정부가 원칙과 방향이 있는 소통을 하지 않으면 1년 후 수능 개편안이 나와도 다시 좌초되거나 방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여론 수렴 대입정책포럼, 명분쌓기 그칠 수도”
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고 내년 8월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수능 개편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발표했던 수능 일부과목(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안(1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안(2안)은 모두 폐기됐다.
교육부는 내년 8월까지 고교와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한 대입정책포럼을 구성해 새 안을 짜겠다는 입장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가장 큰 이슈였던 이번 수능 개편 시도와 달리 내년엔 학생부종합전형과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등 대입 전반에 걸친 개편안을 만들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입정책포럼은 여론 수렴 기구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김상곤 부총리에 따르면 대입정책포럼은 각계각층의 관계자들이 참여한 ‘공론의 장’ 수준이다. 자칫 명분 쌓기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총은 대입정책포럼이 교육계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9월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회의도 대통령의 의장 참여가 무산되고 교원과 학부모단체 대표의 참여가 배제됐다. 대입정책포럼도 (친정부성향의) 자기사람 심기가 현실화될 우려가 높아 전체 교육계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 “고교학점제·성취평가제 포함되면 합의 더 어려워”
모두를 만족시키는 개편안이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 교총이 일선 교사 16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교사들은 1안을 지지한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일반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2안 지지가 더 많았다.
내년 8월 말 발표될 새 개편안은 수능 뿐만 아니라 고교학점제 등 굵직한 내용이 더 많다. 국민적인 합의 도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교총은 “(교육제도 개편은) 이번 시안에서도 보듯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시안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들도 많았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를 망라한 교육개혁 방안을 종합발표하면 더욱더 합의점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 역시 이 같은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자녀의 학업수준에 따라 학부모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전체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연기는 소통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 절대평가·문이과 통합 방향 정해져
이 때문에 이미 내년 8월 나올 정책의 이정표는 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도 찬성하는 내용이라 절대평가 전환이 배제될 것으로 짐작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1안과 2안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속도 조절이 관건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이미 교육현장에 도입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문·이과 통합을 위해 만들어진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은 내년부터 고1 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한다. 현 중3은 고1 때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우고 2021학년도 수능을 볼 땐 올해(2018학년도) 수능 방식으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재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중일고 교사)는 “교육과정과 수능이 불일치한 초유의 상황이다. 새로운 수능 개편 논의는 이를 해소하고 교육과정의 목표인 문·이과 통합과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 수능 개편에 대해선 결국 이번에 발표된 시안을 다듬어 나올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