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지만, 현안에 대한 상황 파악 및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평가에 여야 의원들과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측 시선은 싸늘했다.
MBK 김병주 “나는 관여 안 해”…질의마다 반복된 ‘모르쇠’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등 MBK 투자기업에서 발생한 문제 전반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다만 김병주 회장은 정무위원회 내내 대부분의 질문에 “(해당 건은)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따로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김 부회장이 앞서 정무위에 나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보고를 했다고 했다. 회생도 보고받지 않았느냐. 그런데 김병주 회장은 왜 ‘관여하지 않았다’로 일관하느냐”고 지적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대로면 홈플러스는 청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병주 회장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조금 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며 “재산이 14조원인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고 하면서 더 진정성을 보일 의사가 없느냐. 못 하는 것이냐, 안 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김 회장이 이날 비교적 구체적으로 답한 질문은 자신의 ‘사재 출연 규모’에 관한 부분이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 회장에게 “사재 출연 계획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이미 발표된 내용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5월에 1000억원, 7월에 1500억원을 보증했고 모두 사용된 것으로 안다. 9월에는 2000억원 추가 증여를 약속했고 모두 합친 금액이 5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추가적 노력과 진정성을 보일 계획’을 묻는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MBK파트너스) 주식을 팔아 유동화해서 재산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법인이나 개인의 자금여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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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은 모두 부회장에게”…김광일 부회장 의존 뚜렷
김 회장은 “(본인은) 펀드레이징(자금 모집)과 투자자(LP) 관리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다른 파트너들이 투자 자산을 관리한다”고 언급하며 현안에 대한 세부 설명을 회피했다.
반면 실무를 맡고 있는 김광일 MBK 부회장은 국감 내내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대응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감장에서는 김 회장과 부회장 두 사람이 옆자리에서 메모장에 수시로 필담을 주고받거나, 답변 전후로 짧게 의견을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 회장이 정치권과 여론의 공세에 못 이겨 국감에 출석했으나, 실질적으로 국감 전체를 김 부회장이 대응한 모양새다.
홈플러스 피해자 대책위는 김 회장의 국감 출석 및 준비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의환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대책위원장은 “오늘 김 회장이 국감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과 내용을 듣고 나니 홈플러스에 대해 더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며 “(MBK 총책임자인) 김 회장이 저런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홈플러스는 결국 청산될 것이고,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줄줄이 남은 국회 증인 출석 자리...김병주 출석은 ‘미정’
현재 김 회장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으로 소환된 상태다. 그러나 정무위 외 다른 상임위 출석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이데일리에 “(김 회장의 남은 국감 출석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그간 수차례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 당시 국감 증인 명단에 올랐으나, 해외 출국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당시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며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올해 들어 김 회장에 대한 증인 소환 요청은 더 집중됐다. 홈플러스 회생 절차와 롯데카드 보안 사고 등 굵직한 현안이 잇따르면서 여론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김 회장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및 해킹 사고와 관련해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날 여러 차례 이어진 불출석 행보를 깨고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언대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