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4년 반 동안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4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검찰에 무려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실질 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돼 재판에도 70여 차례 이상 출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와 관련한 검찰 수사도 1년 9개월이나 이어졌고,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860여차례의 임직원과 관계자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 삼성을 둘러싼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미·중 대치 심화, 한·일 외교갈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급부상, 치열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선점 경쟁,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력 사업의 실적 둔화 등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총수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전자 산업은 우리나라 어떤 산업보다도 과감한 의사 결정과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최선을 다해 경영에 전념해도 어려운 시점에 최고경영자가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자원과 시간을 쏟다 보면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과감한 결단을 못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이 발표했던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과 같은 초대형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을 것”아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자칫 기회 상실로 인해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경영자’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향후 삼성이 글로벌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대외신인도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무엇보다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는 삼성은 물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재라는 평가가 많다. 위기 극복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 육성과 바이오 산업 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검찰의 기소는 국제사회에 삼성의 투자, 마케팅 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이 사안이 자본시장법과 외감법에 관련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회계 신용도가 떨어지게 됨으로써 결국은 삼성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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