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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미국in]美은행들 '고통의 시간'은 계속된다

이준기 기자I 2020.07.14 22:00:00

美 대형은행들 2Q 순이익 '반 토막' 날 듯
'350억弗 충당금 외 더 많이 쌓아야' 전망
대형 IPO 등으로 투자은행 선방 예상되지만
코로나 재확산 속…'더 큰 신용손실' 우려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은행들에 2020년은 재앙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사 에드워드존스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섀너한의 분석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19발(發) 공중보건 위기 속에 불거진 실업 쓰나미와 기업 줄도산은 미국 은행들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본시장 투자에 손을 데며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현실화한 코로나19 재유행이 은행들을 더욱 옥죌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외계인 침공 당한 듯”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형은행들의 지난 2분기 순이익은 일제히 반 토막 났다. 아직 실적발표를 준비 중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엇비슷할 것으로 월가(街)는 관측하고 있다. 이미 이들 대형은행은 총 500억달러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기업 줄도산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미국파산협회에 따르면 렌터카 업체 허츠, 항공사 라탐항공, 셰일 업체 체서피크에너지, 백화점 JC페니 등 상반기에만 무려 3604곳 의 미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 작년 동기(2855건) 대비 26.2% 급증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부도 업체가 쏟아졌던 2012년(4122건) 이후 최대 규모다.

섀너한은 “은행들의 잘못이 아니었다“면서도 ”마치 2분기는 외계인의 침공을 당한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은행이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데 이견이 없다. 주목할 점은 그 규모다. 이와 관련, 에드워드 존스의 또 다른 애널리스트인 카일 샌더스는 “정말 추할(ugly) 것”이라며 그 규모가 엄청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줄도산과 이로 인한 실업사태뿐만 아니라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도 은행들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연준은 이미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2년까지 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예대마진은 은행들의 주된 수익원 중 하나인데, 제로금리로 인해 이를 통한 수익이 한동안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은행주가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미 은행업종지수(BKX인텍스·24개 주요 은행주)의 가치는 3분의 1 이상 증발해버렸는데,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 하락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제프리스의 켄 우스딘 애널리스트는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한 수익동력 상실은 여전히 은행들에 도전 중 하나”라고 했다.

사진=AFP
◇CB VS IB…엇갈린 명암

상업은행(CB)과 달리 투자은행(IB)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대표적 IB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12%와 5% 하락하는 데 그쳤다. 대표적 CB인 웰스파고 주가가 무려 54% 급락한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미 10대 은행 중 하나인 PNC은행과 미 최대 지방은행인 US방코프의 주가도 40% 이상씩 곤두박질쳤다. 웰스파고의 경우 고객 동의 없이 유령계좌 수백만개를 개설한 혐의로 인한 연준의 조사 및 제재 여파까지 겹치며 경쟁은행에 비해 주가 하락 폭이 더 컸다.

IB의 상대적인 선전은 수익 대부분을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main street)가 아닌, 월스트리트(금융가·wall street)에서 얻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연준이 전례가 없는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인 정크본드까지 매입 대상을 넓힌다고 밝힌 점은 IB의 수익을 떠받치고 있다.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잇따른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미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줌인포 테크놀러지스(ZI)와 미 2위 식료품 체인인 앨버트슨(Albertsons)의 상장, 7월 미 온라인 보험사인 레모네이드 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CNN방송은 “지난 2분기 미 기업들은 거의 주식 판매로 1900억달러를 모금했다”며 “투자은행의 수수료는 꽤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유행은 여전히 최대 변수다. 대형은행들이 코로나19 핫스팟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한 달간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50개 카운티에서만 5910억달러의 예금을 보유 중이다. 이어 JP모건(427억달러), 웰스파고(389억달러), US방코프(1510억달러) 등의 순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들 지역에 대한 경제 재봉쇄는 기업들의 ‘스트레스 증가’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는 잠재적으로 은행들의 더 큰 신용손실을 초래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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