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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강사법 해결해줄 요술방망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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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기자I 2019.02.11 17:16:57
지난해 12월 18일 부산대 시간강사들이 대학본관 앞에서 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한국의 대학 사회가 증오스럽습니다.” 지난 2010년 5월 25일 광주 조선대 영어영문과 시간강사였던 서정민 박사는 이러한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서 박사의 유서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컸다. 그는 “교수 한 자리가 1억5000만원, 3억원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 받았습니다”라며 교수 임용비리를 폭로했다.

자신의 석사논문을 지도한 인연으로 15년 가까이 모셨던 조모 교수의 논문을 대필한 사실도 유서를 통해 밝혔다. 그는 “조아무개 교수와 쓴 모든 논문은 제가 쓴 논문으로 (조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습니다.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조 교수를 처벌해주세요”라고 읍소했다. 서 박사가 대필한 논문은 조 교수의 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제자들의 학위 논문까지 대필했다고 폭로해 학계는 물론 사회에도 충격을 줬다.

당시 서 박사의 죽음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자 정부는 사회통합위원회를 꾸려 시간강사 처우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를 반영한 것이 일명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2011년 12월 국회에서 의결됐으나 대학·강사 양쪽 반발이 커 4차례 유예 끝에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행 6개월을 앞두고 벌써부터 강사 해고가 시작되고 있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한 법이 대량해고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강사법을 `대학 판 최저임금`, `대학가 시한폭탄`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대학과 강사단체 모두 강사법 취지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대학들은 11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강사단체는 “대학 운영예산의 1~2%에 불과한 추가 비용으로 엄살을 떤다”고 반박한다.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근로시간 월 60시간 미만의 근로자로 분류되는 시간강사는 퇴직금·건강보험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확보한 강사단체는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공산이 크다. 법원의 판결도 강사의 강의준비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추세다.

이런 혼란 속에서 교육부는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사실 교육부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정부 예산안에서 시간강사들의 1개월 강의료 577억원을 확보한 게 대표적 성과다. 이는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 강사 인건비로도 지원된다. 예산당국이 사립대 인건비 지원 예산을 편성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여기에는 교육부 공무원들의 노력이 한 몫 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제 막 시행을 앞둔 강사법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의 고통 분담이 절실하다. 정부는 대학 등록금을 법정 상한선까지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등록금을 0.1%만 인상해도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대학도 강의의 3분의 1을 담당해 온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갑을 조금 더 열 필요가 있다. 강사를 해고하고 개설 교과목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학습권 침해라는 반발만 살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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