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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0년 전인 2012년 3월15월 ‘산업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양국 내 여러 우려 속에 한·미 FTA는 끝내 발효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고, 여한구 본부장의 언급처럼 한·미 FTA는 양국 교역·투자의 ‘부스터샷’이자 양국 파트너십을 끌어올린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양국 교섭대표를 지냈던 김종훈과 웬디 커틀러가 각각 “지난 10년은 우리의 선택과 전략이 옳았음을 보여줬다” “양국이 윈윈하는 협정이었다”고 뿌듯해할 정도다. 일각에선 그동안의 성과·부작용은 평가하되, 공급망 회복·탄소중립 등의 숙제에 새롭게 활용하기 위해 한·미 FTA를 더 복잡해진 통상방정식 시대에 발맞춰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국 경제계 “산업계·소비자 모두 이익” 한목소리
양국 경제계에선 양국 산업계·소비자 모두에 이익이 됐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15일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미국상공회의소가 공동 개최한 기념식에서 도한의 포스코 미국법인장은 “한·미 FTA를 통해 철강 및 관련 산업 시장규모가 확대됐고 양국의 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며 “자동차 대미(對美) 수출은 2011년 88억달러에서 2021년 172억달러로 약 9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 수출도 52억달러에서 69억달러로 약 33% 성장했다”고 했다. 미 현지에 총 3개의 생산기지를 둔 롯데케미칼의 손태운 미국법인장은 “직접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달성하는 모범사례”라고 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한·미 FTA 발효 10주년 효과·활용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상품교역액은 약 67.8% 늘었다. 우리의 대미 수출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지난해 959억달러로 70.6%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미 수입은 445억달러에서 732억달러로 64.3%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미 수출입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한·미 FTA 성과 인식 조사’를 실시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7.3%는 ‘관세 철폐 및 인하를 통한 양국 소비자들의 이익 확대’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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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2009년·2011년 2차례에 걸쳐 치열한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는 등 난관의 난관에 거듭하는 고통 속에 이뤄졌다. 당시 상황은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2006∼2007년 협상 당시 미국 측 교섭대표였던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날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워싱턴DC에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양측 모두 FTA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며 “미국 측은 미국에 미국산 자동차가 사라져 한국산 차로 넘쳐나고 미국 자동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한국 측도 농업 분야와 관련한 변화의 두려움이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교섭 상황을 회고했다. 그러나 커틀러 전 부대표는 “솔직히 어느 것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뿌듯하고 10주년을 축하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한·미 FTA, 공급망 개편의 규범적 질서 공급해야”
한·미 FTA가 그간 경제·안보 측면의 동맹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불러온 만큼 앞으론 글로벌 산업 격변기에 맞춰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2009년 당시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냈던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FTA 주역들과의 대화’에서 “21세기 새 경제안보시대를 맞아 한·미 FTA가 양국 간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바이오 등 첨단과학기술, 기후변화대응,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협력을 비롯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선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향후 한국과 함께 경제 탄력성 강화, 기후변화 등 국제이슈에 대응하는 무역정책 창출 등 새로운 방향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 제재,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체제 개편에 한·미 FTA가 규범적 질서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