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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근로제 확대에 노동계 "정부가 공짜 노동 부추겨" 비판

김소연 기자I 2019.07.31 17:55:30

정부, 재량근로제 대상업무 확대·가이드라인 발표
노동계 "정부, 저임금·장시간 노동 환경 외면"
정부에 정책 철회·노동시간 엄정 근로감독 촉구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재하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을 위한 기업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산업계의 ‘재량근로제’ 활용을 높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공짜 노동을 부추기고 있어 재량근로제 확대를 폐기하라고 비판했다.

3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계도기간을 명목으로 연장노동 포함 주 최대 52시간제의 시행을 9개월 이상 늦췄고,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 확대에 운영 안내서까지 발표했다”며 “정부 스스로 노동시간단축 법제도를 회피할 빌미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해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합의서에 명시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게 된다.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일한 시간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주 최대 52시간을 넘게 일할 수도 있는 셈이다.

업무 성격이 전문적·창의적이고,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업무수행 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다. 대상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31조에서 정한 업무다. △신상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 △정보처리 시스템 설계나 분석 △언론의 취재와 편집 △디자인 고안 업무 △방송 프로듀서 등이 재량근로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사용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업무 성질상 객관적으로 근로자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업무를 의미한다.

한국노총은 “명확한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했다고 하면서 사실상 재량근로제의 대상 업무범위와 사용자의 업무지시 가능범위를 대폭 확대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연구개발, 제품설계·개발, 디자인, 방송 및 영화제작 등 창작활동 분야란 이유로 강요된 저임금·장시간노동이 만연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외면했다”며 “엄격히 준수해야 할 노동시간 법제를 회피하고 장시간 공짜 노동을 부추기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또 노동시간에 대한 엄정한 근로감독을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작년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제도가 정착하기도 전에 정부는 법을 어긴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유예와 탄력근로제 확대도입을 추진하면서 이미 주52시간제 근무제는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들에게 노동법을 면탈 할 수 있도록 꼼수를 알려주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지금도 현장은 장시간·공짜노동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전국에도 수백 만 명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대책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용자들에게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사용자를 합법적으로 면해주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엄격한 사업장 관리감독과 위반한 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행동에 옮겨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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