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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지원방식 안 바꾸면 쌀 목표가 올려도 소득 감소 불가피”

김형욱 기자I 2018.10.22 17:09:07

농경연, 시나리오별 분석 결과 발표

정부 쌀 목표가격 재설정에 따른 농가수취액 전망. 가격을 21만원 이상으로 올리면 당장 수취액은 늘어나지만 2022년산부터는 20만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의 농가 지원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쌀 목표가격을 올리더라도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22일 ‘쌀 목표가격 재설정 및 직불제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정부가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을 쌀 단체의 요구대로 22~24만원(80㎏·산지 기준)까지 올리더라도 실제 농가 수취액은 쌀 생산량 변동 등에 따라 매년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이르면 2021년 이후부터는 20만원으로 설정했을 때보다도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쌀 산업을 지키고 농가 소득을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직접·변동직불금 지급해오고 있다. 특히 5년에 한 번씩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실제 판매가가 여기에 못 미치면 이중 85%를 변동직불금란 이름으로 보전해 줬다. 정부·국회는 올 연말까지 향후 5년 동안의 목표가격을 정하는데 정부는 현행(18만8000원) 수준을 유지하려는 반면 농가는 최대 24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정작 농가소득은 감소할 수 있다는 게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쌀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안 그래도 과잉 생산 상태인 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또 쌀 가격이 내리면 정부 지원 가능 한도도 넘어서게 된다. 변동직불금 지급 한도는 국제 협약(AMS)에 따라 1조5000억원으로 묶여 있다. 쌀값이 급락한 지난해에도 1조5000억원의 한도를 꽉 채웠다.

농경연은 쌀 목표가를 21만원 이상으로 올리면 당장 내년도 생산분부터 지급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20만원으로만 올려도 2022년부터 지원 가능 금액을 넘어서게 된다. 쌀 판매가도 내려가고 지원금도 제대로 못 받으면 농가 소득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쌀 변동직불제(정부 쌀 농가 지원제도) 개편 시나리오 세 가지 비교. 농경연 제공


농경연은 그 대안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변동직불제를 아예 없애고 논·밭 직불제를 통합하는 1안과 변동직불금은 계속 주되 대농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의무 감축도록 하는 2안, 변동직불제를 벼 외에 다른 작물까지 확대하는 3안이다. 모두 쌀에 집중된 지원을 분산해 쌀 과잉상태를 해소하고 쌀 가격을 유지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농경연은 이렇게 하면 중·장기적으로 쌀 생산이 줄여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1안 고정직불화가 쌀 가격 안정과 중소농가 소득 안정 등에 가장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진 농경연 곡물실장은 “쌀 변동직불제는 지금껏 농가 소득 안정에 이바지해왔으나 다른 한편으로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하고 다른 작물 재배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를 키웠다”며 “정부 변동직불금 지급불능 사태에 이르기 전에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의 개편도 쌀 농가의 강력한 반대와 그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기존 변동직불제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인데 쌀값 보전 대책이 없으면 농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도 “밭작물에 대한 직불금과 정책 지원을 쌀 수준으로 올리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세부적인 개편 방안은 계속 고심 중”이라며 “소·대농의 균형과 타 작목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부 농가 지원정책(직불제) 개편안 3개 시나리오에 따른 연평균 쌀 가격 전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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