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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참사 유가족들 “시민 안전 위해서라도 중대재해법 필요”

박순엽 기자I 2021.01.04 16:34:22

사회적재난 참사 피해자·유가족들, 국회 앞 기자회견
“중대재해법 원안대로 제정…책임자 처벌·모두 적용”
국회합의 난항…경영계 “처벌수준 이미 최고 과잉입법”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본격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재난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중대재해법을 원안대로 처리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쳐 지난달 정부안이 제출됐지만, 여전히 법안 내용을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피해자가족협의회,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와 사회적 재난 참사 피해자·유가족 단체는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와 국회가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훼손하려고 한다”면서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제출한 원안대로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유족협의회 등 사회적 재난 참사 피해자·유가족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여러 사회적 재난 참사의 원인은 사람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사업주, 원청 등 책임자가 처벌받고, 누구에게나 즉시 적용될 수 있도록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낡은 배를 개조해 화물선으로 운항하도록 승인한 곳도, 안전 검사를 위탁 업체에 내맡긴 곳도 대한민국 정부”라며 “중대재해법엔 재난 발생에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도 도망가는 기업 경영 책임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현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유경근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중대재해법의 정식 명칭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지만, 항간엔 해당 법안이 산업재해 예방과 기업 처벌을 위한 법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모습들이 보인다”면서 “시민의 안전권 확보와 중대재해사고 방지라는 법의 근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러 사회적 재난 참사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싸우지 않으면 원인조차 제대로 밝힐 수 없던 상황을 꼬집으면서 “그런데도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된)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우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중대재해법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에선 중대재해법 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주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중대재해 정의를 ‘사망자 1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경영책임자와 정부책임자 범위 등을 합의했지만,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규정 등을 두고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법사위가 심사하고 있는 정부안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해당 법안을 유예하도록 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이를 두고 중대재해법 취지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중이용업소 등 공중이용시설의 포함 여부, 징벌적 손해배상액 기준 등도 정부가 내놓은 안과 노동계의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중소기업단체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법 제정에 우려를 표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우리나라 재해 처벌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라며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대표인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최소 2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건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라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중대재해법이 과잉입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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