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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있다. 전인대 업무보고를 맡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6.0~6.5%로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치인 ‘6.5% 내외’와 실제 성장률 6.6% 모두 밑도는 수치다.
◇무역전쟁에 경기둔화에…“하방 압력 인지”
리 총리는 전인대를 위해 모여든 대표단과 외신 앞에서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인정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경제 둔화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올해 1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산당의 정치적 기반도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아 축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내년(2020년)이 공산당이 제시한 전면적 샤오캉(小强·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풍요로운 사회)에 진입하는 해라는 점에서도 중국 정부가 경제 둔화 우려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 만큼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반증이다.
리 총리는 경제 둔화 인정하는 한편 ‘온건한 통화정책’을 전제로 적극적인 부양책을 예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때처럼 무차별적인 완화책을 펴진 않겠지만 기업 살리기와 소비심리 회복에 집중해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먼저 중국은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로 제시하며 지난해(2.6%)보다 0.2%포인트 확대했다. 경기를 자극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힘써왔던 군비 증강의 속도는 늦췄다. 올해 중국은 군비 예산을 지난해보다 7.5% 늘린 1조1900억위안(199조8600억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증액 수준(8.1%)보다 소폭 줄어든 규모다. 군비확충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제 살리기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재정과 금융, 고용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제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소비 심리를 독려하기 위해 기업의 세금 부담이나 국민의 사회보장료 부담을 2조위안(336조원) 가량 줄인다. 부가가치세도 제조업은 16%에서 13%로, 건설업은 10%에서 9%로 인하할 방침이다.
지방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인프라 투자도 확대한다. 지방정부가 인프라를 건설할 때 발행하는 채권 한도를 지난해보다 8000억위안(134조원) 늘어난 2조1500억위안(361조원)으로 정했다. 특히 철도투자 예산에 지난해보다 9% 늘어난 8000억위안을 편성해 눈길을 끌었다.
리 총리가 특히 강조한 것은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지원이다. 그는 “소기업과 영세기업이 겪고 있는 융자난을 개선하고 종합융자비용을 인하하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중국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부채 옥죄기’에 들어간 이후 기업 신용이 비교적 낮은 중소기업들은 자금 경색에 도산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들 기업을 지원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심화한 실업 문제를 줄여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에서 가장 비효율적이라는 국유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네트 옹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는 “시 주석의 권력은 국유기업 등 국가의 보호를 받는 부문을 장악한 소위 ‘붉은 귀족’에게서 나온다”며 “시 주석은 이러한 경제 이슈와 정면으로 대결할 의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국유기업의 운영진들은 기업을 옥죄면 무역전쟁 이후 치솟은 실업률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있다. .
덩치만 큰 국유기업이 버티면 민간기업의 자금줄이 상대적으로 막히는 것도 문제다. 중국의 민간기업은 GDP 대비 60%를 창출하지만 이들의 대출은 전체 대출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샤 가르시아 헤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시장개혁의 핵심은 민간 기업과 외국 기업에 ‘평평한 운동장’(공평한 기회)을 제공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