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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쿠팡 역차별 현실화…"효율적 재벌규제 만들어야"

김상윤 기자I 2021.04.29 20:00:00

공정위 동일인제도 변경 시사했지만…
경직된 재벌 규제 현실화가 보다 중요
투명한 지배구조 인증시 규제 제외 등 필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네이버·AFP)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네이버와 역차별이 결국 현실화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달리 김범석 쿠팡 의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매년 6촌이내 친척, 4촌이내 인척 자료를 제출할 필요도 없고, 서류 제출 의무가 없으니 당연히 서류 미비 등으로 검찰에 고발 당할 일도 없다. 이 GIO는 개인회사를 누락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해 혹독한 ‘신고식’을 이미 치른 바 있다..

사실 두 기업은 지배구조 형태나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은 똑같다. 이사회 이사들의 의견과 무관하게 동일인(총수)이 일방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거 오너 중심의 대기업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기존 동일인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네이버가 이 GIO 동일인 지정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한 이유다. 그러나 이 GIO는 한국인, 김 의장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받았다.

네이버와 쿠팡에 대한 역차별은 1987년대 만들어진 동일인 지정방식과 이를 기반으로 한 낡은 재벌규제가 균열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도 이같은 지적을 감안해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에 동일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데다, 6촌이내 혈족·4촌이내 인척까지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방식은 ‘시대착오’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단순히 동일인 제도에 대한 변경만으로 ‘재벌 규제’ 균열을 메우긴 한계가 있다. 다양한 지배구조 형태를 띤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쿠팡과 또 다른 사례는 언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 방식 개선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으로 대기업 규제의 취지와 실효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도 여지는 남겨 뒀다. ‘역대 최대치(71개) 기업집단에 대한 효과적 규제 집행방안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방향성도 밝혔다.

재벌 규제는 애초 30개 상위집단에 대해서만 적용했지만, 기업들이 대거 성장하면서 규제대상 기업은 급증하고 있다. 자산 457조원인 삼성그룹(1위)과 자산 10조원인 코오롱(40위) 그룹은 자산규모가 45배나 차이가 나는데도 똑같은 규제를 적용한다. 상위 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을 펼치겠다는 취지와도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71개, 2162개 계열사를 모두 감시하기도 어려운 만큼 결국 효율적인 규제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규제대상 기업의 자산 기준을 보다 상향하거나 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방식을 택하면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는 기업에 한해서는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단순히 규제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투명한 지배구조 인증제 등을 도입해 공정위가 원하는 요건에 충족하는 기업은 규제에서 제외하는 당근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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