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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신임 총리는 예측불허한 모습과 거침없는 말로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브렉시트 향방이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은 당선 연설에서 10월 31일 예정대로 유럽연합(EU)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브렉시트까지 기한까지 EU와의 의견차를 좁히기 쉽지 않아 아무 협상없이 탈퇴하는 ‘노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름 휴회와 주말등을 제외하면 실제 브렉시트까지 시간은 1달 남짓하다.
EU와 가장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백스톱’ 조항이다. 이는 브렉시트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회원국인 아일랜드 간 국경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하드보더’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는 사실상 브렉시트 후에도 당분간 EU관세 동맹에 영국이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영국 의회는 반대를 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EU측은 재협상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시 영국 경제 타격 불가피
영국 예산책임처는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할 경우 영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과 EU 간 교역 시 평균 4%의 관세가 적용돼 2020년 말까지 경제 규모가 2%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C는 GDP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분기 영국 GDP성장률은 0.5%를 기록했는데 이는 당초 3월29일 예정이었던 브렉시트에 기업들이 대비를 해서다. 이에 2분기 성장률은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영국 투자를 꺼리고 있다. 파운드화는 이날까지 3일 연속 하락해 1파운드당 1.25달러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1.00~1.10달러(약 1179~129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폴 갬블스 MBMG 그룹 공동 창업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명확해 지기 전까지는 영국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시 발생하는 관세를 우려한 기업의 탈(脫) 영국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한꺼번에 철수하면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또 준비없이 EU 국가들과 사이에서 관세 장벽이 생기고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물류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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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이 우려되면서 영국 안팎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도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일 존슨과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웨스트민스터 광장에는 수천명이 모여 EU 잔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보수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깊어지고있다. 존슨의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해 장관, 차관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고 있다.
지난 18일 마고 제임스 전 문화부 부장관이 사임한 데 이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도 21일 메이 총리가 사임하기 전에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다음날 앨런 덩컨 영국 외무부 부장관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간 존슨 전 장관의 예측불허한 모습을 지켜봐 왔던 EU관계자들도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나는 그가 앞으로 뭘 할지 모르겠다”며 “그는 타고난 배우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연극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존슨이 메이 총리와는 전혀 다른 ‘벼랑 끝 전술’로 EU에게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이콥 리스 모그 영국 의원은 “보리에게는 그것(브렉시트)를 할 수 있는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다”고 했다. 에다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존슨은 매우 매력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라며 그가 브렉시트에서 원하는 협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봤다.